13일, 한일주교 교류모임 마쳐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 위해 일본 교회가 노력할 것

한국과 일본 천주교 주교들이 제20회 한일주교 교류모임을 마치며, 두 나라와 아시아 평화를 위해 더 큰 노력을 할 책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일 주교 교류모임은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대교구청에서 ‘국가주의를 뛰어넘는 복음적 삶―‘지상의 평화’부터 ‘복음의 기쁨’까지’를 주제로 열렸다.

11월 13일 오전,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일본 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이번 모임을 준비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오사카 대교구 마쓰우라 고로 보좌주교는 양국 주교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모임의 성과를 발표하고 공동 성명을 냈다.

참가자 39명(한국 23명, 일본 16명)은 성명을 통해 “최근 동북 아시아와 한일 양국의 정치적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영토 문제, 역사 인식의 차이를 통해 각국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과 격돌로 국가주의가 고양되고 군사적 긴장도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과 일본 주교들은 이처럼 국제 정세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년 가까운 친교를 밑거름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더 노력할 책무를 공감하고 확인한다고 했다. 또 “우리 한일 주교들은 앞으로도 우리들의 고유한 역사와 과제를 직시하며 교류를 심화하고, 같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함께 복음의 부르심에 응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왼쪽부터) 마쓰우라 고로 주교, 일본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김희중 대주교, 이기헌 주교.ⓒ강한 기자

두 나라 주교들은  모임 앞선 10일 오후,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 만남에 대해 마쓰우라 고로 주교는 “할머니들이 말씀하신 것 중 ‘몸과 마음 깊이 박힌 상처, 그 상처가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일본이) 사죄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괴롭고 가슴 아플 것이다. 사죄가 필요하다’는 할머니들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주교는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교회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일본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과 차별이 있다. 그러한 부분은 교회가 함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듯이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천주교의 교류, 협력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김희중 대주교는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연구하고, 우리가 실천 가능한 것을 모색해 보자고 했다”면서, 핵발전소, 환경 문제를 예로 들었다. 김 대주교는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심도 있게 연구하고, 행동 가능한 것을 해 나가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한일 주교 모임이 한반도나 동북아 평화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는 서로의 역사를 잘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이번 모임이 그런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에서 현재 근현대 역사를 잘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한국과 전혀 다른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서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일본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역사를 전해 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기헌 주교는 모임 성과 중 하나로 그룹 토의에서 한국과 일본 신학생 교류도 폭을 넓히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대로 주교들부터 사회교리를 깊이 공부하자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전했다.

한일주교 교류모임은 1996년 2월 일본 도쿄에서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데서 시작해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2004년 열린 제10회 모임에서는 한국과 일본 청소년 교육을 위한 역사 부교재로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읽는 열린 한국사’를 펴낸 바 있다.

이번 교류 모임에서 두 나라 주교들은 퇴촌 나눔의 집 외에도 오두산 통일전망대, 참회와 속죄의 성당을 방문했다. 또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가 ‘역대 교황들의 평화에 대한 가르침’을, 나카노 고이치 교수(일본 조치대)가 ‘동아시아 평화 과제와 문제점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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