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압박", 작용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합의 타결이 선언됐다.
이에 대해 김선실 정대협 공동대표(데레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말하던 중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대표는 “너무 어이없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가) 가장 기본적으로 주장해 온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어느 것도 들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일관계사 전공자인 이규수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교수는 이번 회담은 1965년 한일협정에 이어 ‘제2의 한일협정’이라고 할 만한 굴욕적 외교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역사적 아픔, 상처 위에서 논의돼야 하는데 정부 차원의 협의로 충분하다는 식”으로 처리됐다며, “양국 시민, 국민 레벨에서는 미해결 상태”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할머니들의 입장 위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해결 자체가 어렵다”며 “양국 외교부 장관의 회담만으로는 공감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장관회담 합의가 갑작스럽게 짧은 시일 안에 타협된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한미일 3각 동맹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6개 단체들도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12월 28일 내놨다. 이 단체들은 이번 합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아베 총리의 사과도 ‘직접 사죄’가 아닌 ‘대독 사과’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평화의 소녀상’의 공식 명칭) 문제 해결과 상호 비난, 비판 자제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되를 받기 위해 말로 줘 버린” 외교 행태로 “굴욕적”이라고 했다.
이번 한일회담 결과 나온 아베 총리의 사과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현했지만, 김 대표는 이것이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수준의 사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기금은 일본이 내어 공동운영하며, 이러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하고,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한일 정부가 이 문제로 상호 비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는 1930년대부터 19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강제로 전선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 당한 여성들을 말한다. 국제기구를 포함한 학계, 법조계에서는 "일본군 성노예"(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로 표현한다.

한편, 한국 천주교는 여러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대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토론과 입장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의정부에 세워진 ‘의정부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에는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본당들이 참여했고,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고등학생 1만 6000여 명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을 위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의 부지를 제공했다. 마산교구는 경남 창원에 위안부 추모비를 세우고자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서북원 신부(수원교구)가 원장으로 있는 오로지 종합복지원 소속 4개 시설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안중근 장군상이 함께 들어서 있다.
또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정대협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열린 한일 주교 교류모임에 참여한 주교들이 경기도 퇴촌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만난 바 있다.
평화비는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해방과 분단을 겪은 현대사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와 함께 전쟁 반대,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첫 평화비 건립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1000번째를 맞아 2011년 12월 14일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