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복음화'를 주제로 5일부터 19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약칭 ‘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를 나흘 앞두고 한국 주교회의는 시노드 토론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의안집 내용을 간략히 공개했다. 시노드에 앞서 교황청의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각 지역교회의 의견을 모아 의안집을 미리 만든다.

특히 9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거커플에게 혼인성사를 해 준 일과 맞물려 혼인에 대해 다루는 이번 시노드에는 해외 교회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도 이혼율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이혼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혼 문제가 사회적으로 잘 거론이 안 되는 것처럼, 한국교회 안에서도 이혼에 따른 교회법적 장애 때문에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지만 겉으로는 별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미지출처 = doctormo.deviantart.com
주교회의에 따르면 답변서에는 “많은 이가 혼인 무효소송 절차 간소화를 요청하지만, 혼인 무효가 ‘가톨릭식 이혼’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성애자들의 ‘혼인’을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한 나라에서는 부부 관계를 법적인 측면에서만 파악하여, 인간학적 주제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지 않는다” 등 교회 내 혼인소송 간소화와 동성 커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주교들의 의견이 담겨있다.

또 “혼인을 자유의 포기로 간주하는 생각이 젊은이들에게 사랑은 평생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가정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적인 문제로 본다” 등 혼인과 재혼 부부의 성사 생활에 대한 의견도 실렸다.

주교들은 동거, 사실혼, 별거와 이혼과 재혼, 미혼 부모,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의 혼인을 현대 가정의 현상으로 언급했으며, 가정의 위기 요인으로 소통의 어려움, 폭력과 학대, 대중매체 의존에 따른 대화 단절, 과도한 노동과 빈곤,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자녀들을 압박하는 학력 중심주의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는 그리스도교적 인간학 전파, 탄력근무제, 육아 휴직, 산후 복직 지원, 가정상담사 배치 등을 통해 출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신앙을 대물림하도록 촉진할 방안들을 다룬다. 더불어 신앙생활과 부모의 모범, 가정을 뒷받침하는 교회의 역할을 환기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총회에는 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모두 253명이 참석하며, 한국인으로는 강우일 주교(한국 주교회의 의장)와 염수정 추기경, 그리고 특별서기협력관으로 세계여성연합회 권경수 상임이사가 참석한다.

시노드가 끝난 뒤 좀 지나면 주교들의 제안과 의견을 반영한 교황권고가 발표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시노드는 교황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교황은 시노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고 따로 자기 의견을 넣을 수도 있다.

참고 : 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의안집 전문 (영어)

http://www.vatican.va/roman_curia/synod/documents/rc_synod_doc_20140626_instrumentum-laboris-familia_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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