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들, 이혼자 영성체 허용 놓고 격론

오는 10월 5일에 시작되는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 주교시노드 임시총회를 앞두고 교회 고위인사들과 신학자들 사이에 공개 논란이 치열하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지난 2월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의 위탁으로 교회 혼인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한 조건들을 고려하고 회개를 거친 후에- (사회적으로 이혼하고 재혼했으나 교회법적으로는 혼인무효를 거치지 않아서 죄의 상태인) 재혼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가정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최종적인 해결을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 교황과 의견 일치를 본 후- 가능한 답변들을 위해 질문들과 고려 사항들을 제공”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다음날 “무릎 꿇는 겸손한 신학”(kneeling theology)이라고 칭찬했다.

▲ <사도들의 영성체>의 일부. 프라 안젤리코(1452)
그 뒤로 수많은 찬반 의견이 언론 등을 통해 펼쳐졌다. 압권은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트르 뮐러 추기경과 교황청 법원 대심원장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5명의 추기경과 4명의 신학자가 공동 저술한 “그리스도의 진리 안에 남기: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혼인과 성체성사”가 10월 7일 시판된다는 것이다. 사전 인쇄본에서 이들은 일정한 경우에 이혼한 재혼자들의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제안에 대해 교회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impossible)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교황의 9인 추기경 자문단의 한 사람인 호주의 펠 추기경은 10월 초 발간될 또 다른 한 책에 기고한 서문에서 “신앙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이에 동조했다.

<바티칸 인사이더>는 이를 두고 “예방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사태가 불리한 방향으로 확정될 전쟁이 확실해 보일 때 미리 선제공격으로 상대의 예봉을 꺾는 작은 전쟁을 일으켜 불리한 본 전쟁을 막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카스퍼 추기경은 <바티칸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교황의 최측근들인 추기경들이 이처럼 공적이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개입한다면 최근 교회사를 볼 때 우리는 알지 못하던 새 국면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에도 반발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공적이고 조직적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카스퍼 추기경은 변화를 반대하는 이들이 이번 시노드에서 “이념 전쟁”을 벌이려한다고 말하고, “그들이 나를 공격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아니라 교황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평의회 의장을 지낸 카스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교황의 한 측근은 교황은 이 책이 나온 것도 모른다고 했고 교황은 어떤 입장도 공개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황은 9월 19일에는 교회는 “예수님 당시에 서기관들과 바리사이인들, 그리고 율법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신앙을 규칙과 지시사항들로 성문화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9월 20일에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유지하면서도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위원회를 곧 설립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이 결정은 올 8월 2일에 내려졌으며 위원장은 교황청 법원 공소원장인 피오 비토 핀토 몬시뇰이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주 뒤에 이 주제를 논의할 세계 주교시노드가 열릴 예정임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번 시노드를 두고 일부에서는 혼인무효의 조건을 좀 더 완화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가톨릭교회는 교리상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원칙상 “이혼” 자체가 없고 결혼한 상대자가 살아 있는 한 단 한 번의 혼인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 혼인이 어떤 결함이 있어서 원래부터 혼인으로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지면 “혼인 무효”가 되어 그 당사자는 미혼 상태가 되고 다시 첫 혼인(사회적으로는 재혼)을 할 수 있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카스퍼도 말했듯이 “혼인 성사는 예수님이 직접 세우신 것으로 교회가(우리가)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 법원이 처리하는 소송의 대부분은 이 혼인 무효 소송이다. 이 절차를 거쳐 원래 결혼을 해소하지 않고 그냥 사회적으로만 재혼해 버리면 그 사람은 교회의 눈으로 볼 때는 기혼자가 또 다른 혼외 관계를 맺는 죄인이 된다. 그리고 교회는 미사 중에 신자들에게 주는 성체를 이런 중대 죄인에게는 주지 않는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