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의 접점, 국제적으로 풀어야

강정 평화 컨퍼런스는 9월 26일에 제주도 강정마을 현장에서 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했다. 앞선 주제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오혜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먼저 강우일 주교는 앞서 국가권력의 정당성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 바에 대해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하는 현장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그는 센카쿠 열도, 제주 강정, 오키나와의 갈등에 대해 “이런 지역의 갈등은 예외 없이 핵발전과 군비 증강의 명목이 된다. 센카쿠와 강정, 오키나와 등 전략적 요충지로 명명된 모든 섬들이 근대 이후 같은 비극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사무처장은 오키나와 문제는 한반도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의 섬들을 전초기지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평화의 디딤돌, 문화 교류의 징검다리로 삼을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아닌 시민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한국과 미국, 일본 군사동맹의 문제라면서, “평화 헌법을 지키는 것은 한국의 문제이므로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식 대표는 핵무기 폐기와 중동의 평화운동이라는 두 축에서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등을 공습한 것은 핵군비 경쟁의 새로운 르네상스, 중동에서의 새로운 대전을 부르는 유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문제를 풀기 위해서 북한과 일본의 관계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욱식 대표는 2012년부터 시작된 한미일 해군 합동 훈련 ‘퍼시픽 드래곤’을 언급하면서, 이 훈련의 정체가 제주 강정의 앞날을 보여 준다고 경고했다. 그는 새롭게 군사전략적 허브가 되고 있는 ‘괌’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괌이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해질수록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진다. 오키나와, 제주, 괌이 한미일 삼각 동맹의 허브가 되지 않도록 삼국의 평화운동 진영, 종교인, 전문가들은 평화의 트라이앵글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오혜란 사무처장은 한미일 군사 동맹에 대응하고 동북아 군비 증강과 대결 구조를 막을 단초는 ‘한반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6개국 다자간 공동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평화운동 진영이 힘을 모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 정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통해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남을 지배하고 할 말을 못하게 하는 평화, 무조건 따르라는 평화가 아닌 섬김으로서 가져오고 백 배의 열매로 가져오는 평화, 예수의 평화를 우리의 십자가를 통해 이루는 꿈을 꿉시다. 그리고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 9월 26일 오전 10시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열린 컨퍼런스와 평화대회 시작 미사 ⓒ정현진 기자

이날 컨퍼런스에 앞서 오전 10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에서는 ‘강정 평화컨퍼런스 평화대회’ 시작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 강론을 맡은 정제천 신부(예수회 한국관구장)는 세상이 말하는 평화는 두려움에 바탕해 힘으로 이루는 평화라면서, “이 두려움이 탐욕과 만나면, 전쟁을 일으킨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마음에 두려움을 심고 미움을 키워 돈을 버는 것이 전쟁이며, 이것이 세상의 평화”라고 일침을 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