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지난 8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통해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주일 미사나 대축일 미사를 (현장에 직접 계셨든 실황 중계를 보셨든) 경험하신 분들은 대부분 느끼셨을 것입니다. 미사의 흐름 중에서 강론 다음에 이어지는 신앙 고백이 우리가 익숙하게 외고 있는 '사도 신경'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교황님과 함께 하는 미사 현장에서 받은 전례 책자에는 '사도 신경' 대신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줄여서 니케아 신경 혹은 콘스탄티노플 신경)'이 적혀 있었습니다.

미사경본에는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신앙 고백문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미사경본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들은 달마다 나오는 '매일미사' 앞부분의 미사통상문에서 그 두 가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매일미사> 2014 가해 9월호에 실린 신앙 고백문.

그리스도교 신앙 목록을 공동 기도 형식으로 나열하고 있는 신앙 고백은 미사경본에 수록된 두 가지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아타나시오 신경, 트리엔트 신경 등이 더 있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사경본에 실린 두 가지 신앙 고백문은 내용상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일단 시각적으로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보다는 사도 신경이 짧습니다.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그리스도교 신앙의 조목들은 비슷해도 니케아 신경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한 본체로서 만물을 창조하셨음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하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하는 구절이 그런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이 이런 특징을 보이는 것은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이단이었던 아리우스주의(Arianism)에 맞서 교리를 수호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에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정리하여 만들어졌던 신경이 나중에 제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년)에서 정식으로 신앙 고백문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반면, 사도 신경은 니케아 신경보다 간결하여 마치 시험보기 전에 준비하는 요점 요약 쪽지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이것만 외우면 기본 점수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열두 사도가 전해준 신앙 고백문이라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근거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무튼 간단하다는 이점을 살려 초기 교회에서는 예비신자들에게 필수 암기 사항을 전해 주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 틀에 성부, 성자, 성령이 골자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니케아 신경과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 지역 교회 중 하나인 한국 교회에서는 니케아 신경보다 사도 신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 교회는 니케아 신경을 미사의 공식 신앙 고백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로마교회의 주교인 교황은 니케아 신경을 바칩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주례하는 미사에 니케아 신경이 쓰이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교회가 사도 신경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1967년 주교 시노드의 건의에 따른 것입니다. 즉, 지역 교회의 판단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가 무엇을 기준으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사도 신경이 단순히 니케아 신경보다 짧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조학균 신부, "미사 이야기", 대전가톨릭대학 출판부, 65쪽 참조).

역사적으로 사도 신경은 예비자 교육을 위한 지침으로 사용되어 왔고 복잡한 신학적 사고보다는 일목요연하게 교리 목록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신앙의 전수를 위해서 훨씬 용이합니다. 사도 신경은 동방교회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서방교회에서는 중세 이후 지금까지 세례 예식에서 신앙을 확인하고 갱신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같은 책, 66쪽 참조). 다른 지역 교회와 비교할 때 여전히 젊다고 할 수 있는 한국 교회는 신앙을 전파하는 데 여전히 열성적입니다. 아마도 이런 태도가 니케아 신경보다 예비자 교육을 고려한 사도 신경을 꾸준히 사용하는 배경으로 보입니다.

예비자 교리를 듣고 있는 예비신자들에게 암기해야 할 주요 기도문 중에서 신앙 고백을 니케아 신경으로 하자고 하면 언짢아 하시겠지요? 그러기 보다는 성당에 니케아 신경을 함께 비치해 두면 좋겠습니다. 주일미사에 꾸준히 나와서 신경 써서 열심히 바치다 보면 암기할 수 있는 것이 신경입니다. 썰렁한 말장난은 어여삐 봐 주시고, 우리가 믿는 하느님, 예수님, 성령께서 실제로 성경과 우리의 일상을 통해 어떻게 다가오시는지 체험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우리 각자가 자기 고유의 신앙 고백문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마음에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는 신앙 고백을 해 보는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학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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