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며칠 전에는 전화로 고해성사가 가능한지 물어보신 분이 있었습니다. 겸사겸사 지난 번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문 당시 이루어진 시복식을 앞두고 어떤 분이 제게 물어보신 유사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모든 신자들이 시복식 현장에 들어갈 수는 없기에 교황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 참례하고자 하는 이들은 텔레비전으로 시청해도 미사에 참례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서품을 준비하던 신학생 시절, 가톨릭 계통 방송을 틀면 주일 아침마다 미사 실황중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전국노래자랑처럼 프랑스 전역 이곳저곳의 성당을 한 주씩 순회하면서 주일미사를 중계했던 것이지요.

▲ 8월 24일 수원교구 고색동본당 주일미사 중계 장면. 사진출처/ 평화방송 중계 동영상 캡처
저는 가끔씩 속으로 이것으로 주일미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게으름에 기반을 둔 상상력을 동원하면서 이 라이브 미사를 시청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성당을 찾아가 미사 참례를 하는 것이 진정한 성사 참여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성찬의 전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강론을 경청하는 것까지는 텔레비전으로도 별로 무리가 없다 싶은데 영성체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나중에 깨달은 것은 주일 미사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예식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나'만이 아니라 신자들의 공동체인 '우리'가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 주일 미사의 매우 중요한 의미인 것이지요. 또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 일요일이란 사실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주일 미사는 부활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주일 미사에 참석하고 말고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행 중이거나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등이 아니라면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반면에 평일 미사는 개인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평일이라도 한국 교회에서 의무 축일로 정해 놓은 날이 있는데 이 때는 미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것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입니다. 이 날에는 비록 그날이 평일이라도 미사 참례를 하셔야 합니다. 이런 의무 축일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 이런 신앙의 주제들이 녹아 있음을 의식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는 가톨릭 국가가 아님에도 이 날짜들이 모두 공휴일로 지정돼 있네요. 감사할 일이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공휴일인데 미사 때문에 어딜 못가겠다고 투덜거릴 여지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괜히 속상해 하지 마시고 일단 여행 계획 잡으신 후, 여행지 근처의 성당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기획해 보시라는 말씀입니다. 근처에도 성당이 없다면 마음 안의 주님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주일 미사든 의무축일이든지를 떠나서 가장 우위에 있는 대축일은 역시 “예수 부활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가장 큰 축제입니다. 날짜는 해마다 다르지만 일요일이니까 미사에 갈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일과 모든 미사의 원형이 되는 날입니다. 그런 만큼, 아무리 열심치 않게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도 예수 부활 대축일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쩌다가 오늘 다루고자 한 질문에서 의무 축일까지 건드리게 되었으나 오늘 이야기의 골자는 TV 중계를 보면서도 온전히 미사가 성립되려면 결국 성체성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롭게도 몇몇 성당에서는 교황님이 주례하시는 124위 시복미사를 실황중계로 보면서 동시에 성전에서 미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이 미사에 참례하신 분들은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런 미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 어림해 봅니다.

미사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이는 시각에만 머무는 사건이 아니라 이웃을 오감으로 느끼고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모시는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 가능할 때 온전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TV를 통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효율이나 편리함이 '실천' 능력을 키워 주지는 않습니다. 사변에만 머무는 신앙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방에서 나오시기 바랍니다. 미사에는 실천을 키워 줄 그런 힘이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