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청춘일기 - 여경]

다음 달부터 요가를 전문적으로 배워 보기로 했다. 처음엔 근력도 없고 기초 체력이 너무 없어서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하다 보니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몸 쓰는 것에는 젬병이어서 운동에 재미를 붙여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정적인 일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들을 취미로 해 왔다.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 독서, 영화 보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면 쓸수록 느끼게 되는 건, 글은 결국 몸으로 쓰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글을 읽고 쓰다 보면 착각하는 게 있는데, 글은 생각이 가장 중요하고, 글쓰기가 머리를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겠다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거나, 아직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쓸 수 없다고 하면 결국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에 일단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 줄 한 줄 쓰다 보면 글은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그러니 글쓰기는 결국 앉아서 손을,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여경

그리고 글쓰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활에 있어서도 그러한데, 영감이나 긍정적인 생각은 무기력하게 누워 있거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찾아오지 않는다. 대신 산책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적어도 버스를 타고 이동 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그렇게 몸을 움직여 줘야 생각도 풀리고 진전된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우울도 한 번의 산책이나 조깅으로 가볍게 날아가는 경험을 한 번씩 해 보았을 것이다. 생각과 마음은 이처럼 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 그런데도 나는 오랫동안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몸의 문제를 소홀히 했었다.

그래서 요즘엔 몸의 움직임을 세세히 느껴 보고 또 변화를 경험하는 요가가 재미있다. '몸'이라는 생활의 한 부분을 새로이 발견한 기분이다. 지금 어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집중하다보면 그 순간에 오롯하게 깨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요가를 배우면서 인상적인 것이 내가 동작을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요가 선생님께서 항상 주의를 주시는 부분인데 내가 이 동작을 알고 이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 아래에서 움직이면 몸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일매일 처음 하는 새로운 동작인 것처럼 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랬을 때에 비로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기도나 글쓰기를 비롯해 거의 모든 활동이 그렇다. 습관적으로 하는 것에는 의미도 없고 성장도 없다. 매일 새로워지고 매 순간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는 것, 참 멋진 말이지만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일인지! 항시 깨어 있는 상태로 사는 일은 어렵고 피곤하기도 하다. 요가는 그것을 연습하는 동시에 그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기르는 일이다.

몸의 움직임의 범위가 점점 축소되는 도시에서는 생각이 점점 갇히고 마음도 괜히 불안하고 답답해지기 쉽다. 몸을 활발히 움직일수록, 몸이 담긴 공간이 넓고 쾌적할수록 마음도 가벼워지고 넓어진다. 오랜만에 숲에 가서 친구들과 산책을 하다 보니 그 사실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천천히 호흡하며 걷는 동안 답답하던 마음도 풀어지고 미래에 대한 상상도 더 다채로워졌다. 건강한 마음가짐과 생명력이 조금씩 몸과 마음에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다음 주부터 요가 수업이 시작된다. 그간 소홀히 해 왔던 몸을 성실히 움직이고 그 가운데에서 삶의 중심잡기를 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생기 있게,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여경 (요안나)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학생. 삶, 사람, 꽃, 벗, 별, 꿈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울림이 예쁜 말들에 이끌려 국어국문학과에 가게 되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이를 위해 문학과 예술의 힘을 빌리려 한다. 시와 음악과 그림, 나무, 물이 흐르는 공간,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향 바다를 닮아 평온하고도 깊고 강인한 사람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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