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씨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 세례를 거절하면 또 깊은 좌절감을 안겨줄 것 같아서 직접 세례를 주기로 결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아침 한 세월호 유가족에게 세례를 직접 주었다.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앞서 제의실 앞에서 이날 미사에 초대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10명을 만나 위로했으며,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유가족 이호진 씨는 교황에게 특별히 세례성사를 청했다.

교황은 이호진 씨와 김학일 씨 가족의 도보순례 이야기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호진 씨의 세례를 수락했으며, 세례식은 17일 오전 7시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에서 진행됐다.

이호진 씨(54)는 “교황님이 세례를 청한 용기를 칭찬해주셨고, 이미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 세례를 거절하면 또 깊은 좌절감을 안겨줄 것 같아서 직접 세례를 주기로 결정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 17일 아침,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으로 세례를 받고 있다. ⓒ교황방한위원회

교황은 세례식이 꼭 이뤄지도록 연락에 만전을 기하라고 여러 차례 수행원에게 당부하는 세심한 배려를 하기도 했다.

이호진 씨의 세례명은 교황을 따라 ‘프란치스코’다. 그는 지난 2년 정도 성당에 다니려고 뜻을 가지고 있었고, 세월호 참사 후 진도 팽목항에서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들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으면서 가톨릭 신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앞으로 평신도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신학 공부에 몰두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직접 세월호 유가족에게 세례를 준 일에 대해 “교황이 영적으로 또 마음으로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부(代父)는 교황대사관 직원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례식에는 이호진씨의 딸 이아름 씨와 이씨가 살고 있는 안산 지역을 관할하는 수원교구 신부 1명이 함께 참석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1989년 10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기간에 '젊은이 성찬제'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을 때 청년 12명이 이 예식 중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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