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서울 통인동 류가헌에서

▲ 밀양의 얼굴들.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가 밀양 현장에 만들었던 상징물을 전시장에 재구성해 옮겼다. ⓒ정현진 기자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작가들의 작품전 ‘밀양을 살다’가 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린다. 밀양기록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작가들이 포착한 밀양의 진실을 알리고, 더 많은 연대를 만들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사진전에는 현장을 취재했던 최형락 · 박승화 · 이명익 사진기자 등을 포함해 노순택, 장영식, 정택용, 임태훈 등 18명의 사진가와 판화가 이윤엽 작가,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전진경 파견미술가 등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이번 사진전을 기획하면서, “밀양은 우리의 한 시대와 시대 상황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다”며 “지난 6월 11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한 밀양의 움막은 강제 철거됐지만, 전시된 사진들은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에 속한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노순택 작가는 사진에 담긴 밀양 싸움에서 “송전탑이 세워지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괴물이 들어서는 과정”임을 깨달았다면서, “분단 체제라는 괴이함은 밀양에서마저 괴물을 번식시킨다”고 말했다. 또 이명익 시사인 기자는 “전기를 만들고 전송하는 과정이 감춰왔던 것, 송전 과정에서 당연히 감내해왔던 것은 ‘잔인함’이었다”면서, 그 잔인함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식 작가는 그동안 밀양의 싸움을 기록하는 데 참여한 젊은 작가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행정대집행 이후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든다. 새로 농성장을 짓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사진들을 바라보는 용회마을 주민 고준길 씨. 그는 밀양이 제대로 기록되고, 후세에 이 싸움의 진정성이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101번 현장이 있었던 밀양 용회마을의 주민 고준길 씨는 사진전에 참여해 밀양의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준길 씨는 밀양의 상황을 겪으면서 광주민주화운동 때, 도청에서 마지막을 맞으며, “우리를 기억해 달라. 우리의 마지막을 꼭 알려 달라”던 시민들의 말을 떠올렸다면서,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서 싸우면서 이 싸움이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후세에 알려지기를 바랐다. 이 사진들은 밀양이 제대로 기록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 과연 나라의 일을 거역해도 되는지 고민했지만, 연대하는 이들을 통해 정당성을 확인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잊지 말고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계삼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밀양 어르신들은 아직 지지 않았고, 끝내 누가 이긴 것인지 증명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며 “10%의 주민들은 여전히 주변의 비난에도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밀양의 기억은 바래지겠지만 누구라도 계속 그 자리에서 증언하며 살아갈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기억과 기록이 증언하는 깊은 진실을 포착하고, 또 버리지 않고 아름답게 갈무리해 준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밀양기록프로젝트 사진전 ‘밀양을 살다’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중에는 청도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모금도 진행된다. 또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밀양 주민들의 농산품과 이윤엽 작가의 판화도 판매해 수익금은 송전탑 반대운동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문의 / 류가헌 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은 밀양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밀양을’ 살고자 하는 이들의 총합”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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