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의 삶도 성소…자존감과 확신 가져야”

▲ 25주년을 맞이한 한국 CLC가 21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출판기념회와 좌담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25주년을 맞이한 한국 CLC(Christian Life Community, 그리스도 생활 공동체)가 21일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70여 명의 회원과 협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출판기념회와 좌담회를 열었다.

CLC는 예수회 창립자 성 이냐시오의 영성을 따르는 평신도 생활 공동체로 1584년에 설립됐다. 한국 CLC는 1986년, 평신도의 영적 쇄신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 정신으로 살아갈 것을 지향하며 공동체를 시작했다. 1998년에는 세계 CLC 정식 회원국이 됐으며, 2011년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인준을 받아 활동 중이다.

한국 CLC는 이냐시오 영성에 따른 수련과 생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사회적 투신, 공동체간의 연대 등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무엇보다 평신도 양성에 힘쓰며 교육 사업으로 목요신학강좌, 영성수련, 묵상수련, 특강 등을 진행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활동으로 크게는 이주민센터, 희망학교, 다문화지역 아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25주년을 맞이해 내놓은 <이냐시오 성인이 평신도에게> 출판기념회와 좌담회도 함께 진행됐다. <이냐시오 성인이 평신도에게>는 평신도들이 발간하는 이냐시오 영성에 관한 잡지 <프로그레시오>(Progressio)에 실린 글들을 모은 것으로 이냐시오 성인과 그의 영성, 식별, 기도 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좌담회에는 현재우 한국 CLC 교육국장과 한기철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이영석 신부(예수회)가 참여해 이냐시오 영성, 평신도의 양성과 성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이냐시오 성인이 평신도에게>를 펴낸 성바오로출판사 한기철 신부는 편중된 분야에서 쉽고 가벼운 내용의 출판물이 많은 교회 출판 현실에서 이 책이 요즘 세상에 무엇보다 필요하고, 다양성을 확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왼쪽부터) 좌담회에 참석한 한기철 · 이영석 신부와 현재우 한국 CLC 교육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냐시오 영성에 대해 이영석 신부는 “이냐시오 영성은 다른 영성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이냐시오 영성이 갖는 고유성이라면, 하느님이 아프게 바라보시는 이 세상을 우리가 구원하자는 것, 모든 피조물의 울부짖음에 응답하자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행동 방식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이어 현재우 교육국장은 “복잡하고 거대하며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서 선택을 받는 상황에서, 이냐시오 영성이 특별히 평신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국장은 이냐시오 영성의 흐름은 또한 ‘봉사의 신비주의’라면서,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구체적으로 세상 안에서 나누는 것이며, 이냐시오 영성은 이런 나눔을 위해 우리를 끊임없이 훈련시킨다”고 말했다.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면...
모든 말과 행동을 하느님과 함께하게 되고, 이것이 곧 활동 중의 관상"

이어 세상과 동떨어진 기도, 관상과 실천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상 속의 관상’, ‘세상 속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영석 신부는 ‘활동 중의 관상’은 이냐시오 성인의 삶을 표현한 말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본래 “활동 그 자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상이며, 활동이 곧 관상이라는 의미다. ‘관상’이 하느님을 체험하고 보는 것이라면, 수도나 노동 그 어떤 일이든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하는 모든 일은 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가 사랑하는 그 대상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하느님과 사랑에 빠지면 모든 말과 행동을 하느님과 함께하게 되고, 이것이 곧 활동 중의 관상,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25주년을 맞이한 한국 CLC가 21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출판기념회와 좌담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평신도, 하느님이 선택해 부르신 고유한 성소
정체성과 자존감, 열정과 확신으로 하느님 안에서 걸어야..

마지막으로 평신도들의 성장과 양성을 위해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한기철 신부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정체성과 자존감, 그리고 모든 것을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영석 신부는 <복음의 기쁨> 81항에서 언급된 ‘이기적인 나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이 대목에서 교황은 평신도, 수도자, 사제를 막론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에서 성숙하고 성장하려면, 우리 각자가 받은 성소에 대한 확신과 열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확신과 열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 행동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우 국장은 “평신도의 길은 무엇보다 수도자나 사제가 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선택해서 부르신 고유한 길이다. 그 길에 대한 자존감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 길을 먼저 간 분은 예수님이며, 어렵더라도 예수님처럼 하느님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곧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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