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 기자회견...
평화활동가들, 벌금 대신 노역 선택

▲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벌금에 맞서 노역을 선택한 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우리 사회에 평화가 자리할 곳이 없다면, 우리의 평화로운 저항이 가야 할 곳은 감옥 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건설 저지 활동을 펼치다 벌금형을 받은 평화활동가들이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했다.

‘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난 7년간 평화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주민과 활동가에게 벌금형을 남발했다”며 “국책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강정 주민을 비롯한 시민의 평화적 저항을 억압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한 해군기지 건설이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채 강행된 총체적 불법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 벌금형을 받은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작년 말까지 해군기지 공사 반대 활동을 벌이다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진행 중인 사람은 총 589명, 부과된 벌금 총액은 3억여 원에 이른다. ‘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은 "강정마을의 벌금은 과거 사례보다 몇 배나 많이 부과됐는데, 이는 벌금폭탄을 통해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이석태 변호사는 미국의 노예제, 멕시코 침략에 반대하며 세금을 내지 않아 감옥에 갇혔던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인도 독립에 이바지 했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등을 언급하며, “오늘 노역을 선택한 이분들은 이 빛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의 전통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시민의 저항권 행사의 상속자”라며 “감옥이 몸을 가둘 수는 있겠지만 평화를 외치고 불의한 정책에 승복하지 않는 정신은 가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역을 선택한 임보라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작은 몸짓과 호소가 전혀 통하지 않았고, 그 결과 노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강정 마을 주민들은 그 노역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2012년 한 해 동안 해군기지공사 반대 건으로 세 차례 연행되었고, 한 차례는 채증으로 기소되었다. 총 4건의 재판 중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된 것은 업무 방해 건으로 오로지 채증에 의한 것이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벌이다 벌금형을 받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임 목사는 “9분 동안 기지사업단 정문 앞에 앉아 있었고 그것이 업무방해가 되었다고 말한다. 동영상 비교 결과 검찰 기소 내용과 맞지 않았음에도 사법부는 삼성과 대림이라는 자본의 손을 들어 줬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세월호 학살로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강정 주민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겹쳤다”면서 “강정 마을 뿐 아니라 쌍차, 밀양,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벌금폭탄이 얼마나 부당한지 시민들에게 고하기 위해 노역을 선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벌금 대신 노역을 살겠다고 밝힌 이들은 임보라 목사와 평화운동단체 활동가인 여옥 씨와 최정민 씨, 500일 넘게 강정마을에서 삼보일배 기도를 하며 해군기지에 저항해온 오철근 씨 등 4명이다. 벌금형을 확정 받았지만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중인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진해서 검찰에 출두했다. 이들의 노역은 하루 5만원으로 환산된다.

                                                                                                                      ⓒ문양효숙 기자

한편,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벌금폭탄의 부당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동균 강정마을 전 마을회장은 “강정마을 주민회는 벌금을 내지도, 노역을 살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전 마을회장은 “국가는 절차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문화재 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어기며 수없이 많은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개인은 정당한 권리주장조차 할 수 없단 말인가”되물으며 “국가의 횡포에 굴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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