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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하겠어요”[강정, 벌금에 저항하라 - 3] ‘전쟁 없는 세상’ 여옥 활동가 인터뷰

<기획 ‘강정, 벌금에 저항하라’ 순서>

1. ‘벌금형’,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
2. 벌금폭탄 맞은 강정마을 풍경은?
3. 여옥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인터뷰

여옥(그레센시아) 씨는 평화운동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의 상근활동가다. 2012년 3월 5일, 여옥 씨와 평화운동활동가들은 제주도 강정마을로 달려갔다. 이틀 뒤인 7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를 폭파시킨다 했기 때문이다.

그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소송, 시민 캠페인, 국제연대 호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주민과 활동가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대한 국책사업을 막기 위해 남아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화약이 이동하는 경로를 차로 막고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감았다. 여옥 씨도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날 수많은 주민, 활동가,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눈앞에서 구럼비 바위가 박살났고, 공사를 위한 레미콘 차량이 들어섰다. 2년 전의 일이다.

   
▲ 2012년 3월 6일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기 위해 몸에 쇠사슬을 채우고 저항하는 여옥 활동가 ⓒ정현진 기자

여옥 씨도 이날 경찰에 연행돼 재판을 받았다. 올해 1월 29일, 대법원 상고 끝에 일반교통방해죄로 벌금 200만 원 형을 확정 받았고, 지난 7일 벌금 납부 명령서가 날아왔다. 벌금은 명령서가 날아온 후 30일 이내에 일괄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여옥 씨는 벌금 대신 하루 5만 원의 노역을 선택했다. 저항의 의미다. 여옥 씨는 ‘대체 무엇이 적법이고, 무엇이 위법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모두 현행법 위반으로 벌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현행법이라는 게 사회적 산물이잖아요. 어떤 행위를 위법 혹은 범법이라 할 것인가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요. 예를 들어 집시법 같은 하위 법을 위반했더라도 더 큰 헌법의 중요한 가치인 자유와 공공의 안정 등에 기여했다면, 국제법에 명시된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면, 그게 정말 최종적으로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넓게 보면 제주 해군기지가 평화에 더 심각한 위험이 되는데, 그걸 막기 위해 행동했다면 저희의 행위가 정당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불법일 수 있죠.”

실제 외국에는 이런 판례가 있다. 2008년 영국의 평화활동가 6명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 하던 무기공장에 들어가 해머로 수십만 파운드 상당의 기물을 파손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그 무기로 팔레스타인을 무력 침공해 1천 여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기물파손 혐의로 법정에 선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더 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들은 전원 이들의 손을 들어 줬다.

여옥 씨를 비롯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으로 벌금형을 받은 이들이 자신들의 판결에 저항하는 이유는 절대적 힘을 행사하는 법의 판결에 대한 의문 뿐만이 아니다. 여옥 씨는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된 재판의 가장 큰 문제는 기준도 없고 사실 관계도 따지지 않는 자의적 재판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의 저항행위를 범법으로 만드는 국가에 저항하겠다”는 여옥 활동가 ⓒ문양효숙 기자

“18명이 같이 재판을 받았어요. 그 중에 당시 쇠사슬을 직접 몸에 묶은 사람은 여성 4명이거든요. 그 4명의 벌금은 200만 원이에요. 그런데 그날 옆에서 ‘이 사람들 왜 잡아가냐’며 경찰에게 항의했던 사람들은 250만 원을 받았고, 화약고 앞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로 잡혀간 사람들은 더 많이 받았어요. 문정현 신부님은 집행유예를 받으셨죠. 그러니까 기준이 없어요. 같은 날, 같은 건으로 재판을 받아도 형량이 다 제각각이에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죠.

재판이라는 게 실제 연행되었던 상황, 그러니까 범법 행위가 있었던 상황의 사실 관계를 다퉈야 하는데 판사는 그런 관심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담당 판사는 저희에게 다들 들으라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당한 공사 진행이므로 너희들은 행동은 정당성이 없다고 전제를 깔아요.”

벌금 액수 자체도 예전보다 몇 배씩 뛰었다. 여옥 씨는 “2005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활동을 할 당시에도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많이 나오면 10만 원이나 15만 원, 많이 나와야 50만 원이었다”며 “그냥 연행되었는데 200만 원, 300만 원이나 벌금이 부과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옥 씨는 이런 부당한 판결과 과도한 벌금 뒤에서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이들을 내리누르려는 국가의 얼굴을 봤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거 반대하면 불법이야’라고 협박하는 거죠. 시민들에겐 위압적인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일인데, 하물며 벌금형이나 감옥에 가거나 하는 건 정말 무섭잖아요. 그러니 ‘아, 반대하면 큰일 나는구나’하고 사람들을 위축시켜요. 반대 생각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차단시키는 효과가 생기죠.”

여옥 씨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벌금형에 저항하고 싶다”고 말한다. 국가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시민의 양심과 목소리가 자기 자리를 찾고 나아가 민주주의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주도 사업, 말도 안되는 게 많잖아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반대할 수 있어야죠. 그런데 그런 의견을 수렴해서 절충해야 할 정부가 자기 역할을 하기는커녕, 무조건 ‘불법’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버리니까요. 그걸 뛰어넘고 싶어요. ‘이 저항행위로 나를 감옥에 가라고 한다면, 그래, 가줄게’ 하고요. 사법처리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넘어서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활동으로 받은 벌금형 대신 노역을 선택한 여옥 활동가 ⓒ문양효숙 기자

물론 여옥 씨가 노역을 선택하는 데에는 저항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봉의 활동가들에게 200만 원의 벌금은 실제로 큰 금액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이고, 벌금은 돈이 없는 이들에게 거대한 위협이다.

“오히려 징역형을 선고하면 시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벌금은 가볍다고 생각해요. 돈만 내면 되는 거라고. 그런데 현재 강정 건으로 받은 벌금 총액이 3억 여 원 가까이 돼요. 3억을 어디서 모을 수 있겠어요. 게다가 강정 재판은 이제 시작이거든요. 벌금도 이제 시작이죠. 계속 늘어날 거예요. 현실적으로 벌금형이 나오는 대로 다 낼 수가 없잖아요. 저희가 평화활동을 멈추지도 않는 한 벌금형도 끝나지 않을 테니,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해요.”

민사소송은 더 큰 문제다. 최근 제주 해군기지 시공업체인 우창해사는 해군기지 건설 저지활동을 펼쳐온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6명에게 1억 1백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사소송은 노역으로 환형유치(換刑留置)가 불가능하다. 여옥 씨도 해군기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앞에서 했던 반대 퍼포먼스로 1심이 진행 중인 재판이 있다. 여옥 씨는 형사 건이 유죄를 받으면 삼성 측에서 민사소송을 걸 것이라 설명했다.

“민사는 금액도 엄청나고 노역을 할 수도 없어요. 가압류가 들어오죠. 통장이 잡히고 단체들 통장도 개인 이름으로 된 건 다 걸리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정말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굴복할 수는 없죠.”

여옥 씨는 현재 뜻이 같은 이들과 함께 노역을 준비 중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자신의 여건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에서 하루 혹은 이틀 정도의 시간을 선택한 사람도, 좀 더 긴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여옥 씨는 자신의 벌금 전체를 노역으로 대체하면 40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단체 활동을 마비시킬 수 없기에 2주를 예상하고 있다.

   
▲ “국가의 탄압을 넘어, 움츠러들지 않고 저항하기 위해 노역을 선택하겠다”는 여옥 활동가 ⓒ문양효숙 기자

여옥 씨는 제주 해군기지 관련해 노역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현재 벌금 모금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히 알리고, 감옥이 어떤 공간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역형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결단이기보다 강정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함께 뜻을 모으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옥 씨는 그간 병역거부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며 많은 수감자들의 생활을 지켜봤지만, 막상 직접 노역형을 선택하니 “부모님이 놀라실까봐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모님은 ‘신부님들이 열심히 하시는’ 강정 평화활동은 인정해 주셨지만, 여옥 씨는 이미 알고 있다. 막상 자기 자식이 그곳 때문에 감옥에 간다고 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리라는 것을. ‘감옥’은 그런 공간이다.

“‘엄마, 감옥 괜찮아’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활동가라 제 자신을 숨기고 갈 수도 없으니 몰래 가기도 어려워요. 고민이죠. 위험하지 않다는 걸, 필요한 일이라는 걸 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걸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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