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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강정, 벌금에 저항하라 - 1] 사법부, 주민 저항의 원인부터 고민해야

지난 3월 26일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날 위원회는 “8년여 동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는 활동을 벌이다 재판을 받은 이들의 벌금을 함께 책임지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 밝혔다. 진행 중인 재판을 고려하면, 현재 3억여 원에 달하는 벌금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고, 시공업체 측의 민사소송이 들어올 경우 그 금액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금은 저항의 필연적 결과일까. 저항하는 이들은 ‘불법’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까. 법은 늘 옳고, 판결은 국가와 국민 양쪽에게 공평하게 적용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제주 강정의 벌금형과 관련해 법률가들에게 의견을 묻고, 저항으로 ‘위법행위를 한 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기획 ‘강정, 벌금에 저항하라’ 순서>

1. ‘벌금형’,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
2. 벌금폭탄 맞은 강정마을 풍경은?
3. 여옥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인터뷰

2007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으로 연행된 사람들은 649명, 이 가운데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은 589명이며, 구속자 수는 38명, 현재 기소 건수는 200여 건이다. 이 가운데 확정되거나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서 벌금형으로 부과된 벌금은, 약식명령으로 부과된 벌금을 제외하고도 총 2억 6천여만 원에 달한다. 제주 해군기지사업과 함께 시작된 지난 7년간의 반대활동을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통계다.

이에 따라 벌금, 보석금은 물론 재판에 드는 비용은 관련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어, 지난 3월 26일에는 벌금과 재판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이나 활동가들은 ‘부당한 벌금’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 ‘노역형’을 선택하고 있다.

   
▲ 지난 3월 26일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 측은 부당한 사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벌금과 재판비용으로 큰 부담을 지고 있다면서, "이 비용을 함께 나눠지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어느 시기부터 부당한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은 ‘벌금 폭탄’을 맞고 있다. 과연 ‘벌금형’은 국가가 벌이는 일을 비판하고 저항했다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활동에 대한 벌금형의 ‘합법성’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쏟아지는 벌금형, 정부의 무관용주의 정책 탓..."끝까지 추적, 소환하겠다"는 방침 문제

형법학자인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벌금형이 쏟아지는 맥락에 대해, 우선 정부의 무관용주의가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소환, 기소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법질서를 강조하고 무관용주의를 내세우는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면서, “위법 사항이 크지 않아도 끝까지 추적, 소환하겠다는 방침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으로 위반행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처럼 경찰 선에서 훈방하거나 기소유예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약식기소를 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이나 국책사업 등을 둘러싼 문제를 비판하는 시민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이며, 가장 큰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 비판세력에 대해 '사법적 형벌 통제'라는 칼을 들이미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회적 갈등은 민주적인 공론화로 풀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문제지 형사사법의 차원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는 것에 합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판결 보다 경찰과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먼저
'업무방해죄' 없어져야...범위 넓고, 방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처벌

이호중 교수는 벌금형 남발은 기본적으로 사법부보다는 경찰과 검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법원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기소하고 위법 사항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밖에 없다”며 “사건을 법원으로 가져가기 전에, 검찰과 경찰 차원에서 기소를 하지 않는 쪽으로 사회적 조정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법리적 차원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무죄 판결이나 선교유예 판결을 해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기대이며, 판사 개인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중 교수는 ‘벌금형’이 과잉으로 사용되는 주변 상황과 함께,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업무방해는 형법 314조에서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제313조는 신용훼손죄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 각 조항에서 ‘위계’는 행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이용하는 것이며,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 혼란시킬 만한 일체의 세력, 유무형의 폭행과 협박, 지위와 권력에 의한 압박 등이다.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주가 상당히 넓은 데다가,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에 제한되지 않고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까지 포함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 교수는 노동자 파업이나 국책사업 반대활동에 대한 대표적 무기로 사용되는 업무방해죄는 일본과 한국에만 존재하고, 일본의 경우는 실질적으로 잘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만약에 법을 바꿀 수 있다면 업무방해죄를 폐지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갈등 조정기구를 통한 해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중 교수는 “업무방해죄는 없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 법의 힘이 아닌 사회적 조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법으로 억누르는 태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벌금형은 천주교 사제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문정현 · 이강서 신부와 제주교구 사제들은 해군기지 공사 진행을 막고,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각각 10만 원에서 70만 원 씩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사진 제공 / 강정마을회)

"왜 주민들이 저항하는가"에 대해 법원이 고민해야
잘못된 판결 분명히 있지만, 모든 판결을 함께 비판하기 어렵다

강정법률지원모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는 법이 적용되는 맥락과 방식에 명확한 기준이나 형평성이 없는 문제를 들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은 요식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만으로 적법화되는 반면, 그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불법행위자가 된다”면서 “국가는 편의주의적 사고로 형식적 법치에 치중하고 법원 역시 저항의 원인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신옥 변호사 역시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주민이나 활동가들이 ‘떼쓰는 사람들’이라는 편견보다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백 변호사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이나 활동가 변호를 맡으면서 겪었던 개인적 경험을 토로하면서, 분명히 잘못된 판결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시공사나 해군 측이 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 이를 감시하고 항의하는 것을 업무방해로 처벌하거나, 용역들의 집회 방해를 항의하기 위해 해군사업단으로 들어간 것을 공동주거침입으로 처벌하는 경우 등이 있다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이 같은 경우는 실정법을 적용해도 ‘분명히 범죄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유죄 판결을 내린다. 그럴 때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재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비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재판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벌금형 남발에 대한 사법부의 한계가 있다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사법부가 맡게 되는 어려움과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의견을 낸 법률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벌금형’ 남용의 문제는 사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 갈등 해결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주민 변호사는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근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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