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차 촛불평화미사,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려

 

용산참사가 일어난 건물 옆 비좁은 공간에 미사 참석자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미사에 참여하였다. 이날 촛불평화미사에는 참석자만큼이나 많은 취재진이 모여서 천주교인들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부터 매주 촛불평화미사를 봉헌해온 천주교 시국회의는 1월31일 용산참사를 불러온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복종 저항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천주교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4시 1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희생자를 위해 제31차 촛불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미사가 끝난 후 발표된 '용산 철거민 참사를 곡(哭)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시국회의는 "우리 천주교인들은 용산 철거민 참사를 지켜보며 애통한 마음을 놓아버릴 수 없다"고 하면서 "참변을 당한 철거민들과 애꿎은 경찰의 죽음은 우리 시대의 비극이며 불행"이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잔인한 학살"을 감행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군다나 화염에 싸여 외마디를 지르며 죽어갔을 5명의 철거민들과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경찰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이들은 얼마 전까지 환하게 웃었을 시민들이며, 동료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었을 경찰이자 똑같은 형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과 경찰 수뇌부가 국민과 하급경찰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한 것이며 부당한 명령으로 시민들과 경찰들의 안전을 파괴"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주교시국회의는 "시민들의 생명을 수호하고 시민들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의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이명박 정권과 경찰 지휘부를 도무지 믿을 수 없으며, 그들이 분명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물러섬 없이 저항할 것임을 밝힌다"라며 천주교 차원에서 지속적인 시민불복종 저항운동을 펼칠 것임을 선언하였다.  

한편 이날 촛불평화미사에서 주례를 맡은 정만영 신부(예수회)는 "군포 납치살해범에 대해 경찰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희생자를 내고 책임지지 않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도 다를 것이 없다"며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없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또한 박창일 신부(예수성심전교회)는 강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하느님 대신 재물과 성공을 섬기며, 강남의 땅부자 하느님을 믿는다. 이명박 정부는 도덕성, 철학,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정부다. 작년에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는데 이명박 대통령 임기5년 내내 촛불평화미사를 해야 될 것 같다."며 못을 박았다. 

사제들 가운데는 예수성심전교회의 김대선 신부와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오기백 신부가 미사에 동참하였으며, 부산가톨릭대학교 학생인 유지영 수녀(모데스타)는 "방송을 통해 소식을 들었지만 직접 현장을 와서 보고싶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닥치고 봉사'라는 인터넷카페의 운영자인 박경희씨는 "사고현장 천막농성장에 먹거리가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어제 하루 모금하여 쌀과 라면을 들고 왔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미사 현장에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도 있었고, 11살짜리 꼬마도 엄마의 손을 잡고 미사에 참여하였다.  

가톨릭청년연대 곽민서씨(31세)는  용산참사에 대해 "주교회의 차원에서 성명서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도 이렇게 미사나 집회에 나와 있지만 희생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면 참 보잘 것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의 박순희 대표는 "교회 지도층의 소극적 대응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하며 "교회가 암울한 시대에 국민들에게 등불같은 존재였는데, 지금 교회는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교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오는 2월 2일 월요일 저녁 7시에는 청계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위령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 미사에 얼마나 많은 사제들과 천주교 신자, 그리고 시민들이 모일 지 주목된다. 세간에는 천주교 고위성직자들 중에서 주교라도 한 사람 시국미사에 참여한다면 한국천주교회가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보여주었던 소극적 이미지가 많이 상쇄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제1기 기자학교에 참여한 교육생들이 공동으로 취재한 것입니다. 취재에 참가한 교육생은  고상진, 두현진, 이요상, 이요안, 이충래, 홍성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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