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제2차 범국민 추모대회 열려

 

1월 31일 청계광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제2차 범국민 추모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광통교쪽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이 대회에는 유가족과 정치인, 재야인사와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안타깝게 죽어간 5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추모대회는 “의로운 죽음과 억울한 죽음은 부활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방인성 목사의 추모사로 시작하였다. 1987년 6월 항쟁 때 아들을 잃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사람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빼앗기는 일은 분통터지는 일”라며 “MB정권이 출범한 후 1년도 안되어 귀중한 목숨이 공권력에 의해 빼앗겼는데, 그 죽음을 우리가 헛되이 하지말고 그 한을 풀어주어야한다.”면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구속을 요구했다.

▲ 추모대회 중에 오열하고 있는 유가족들.
이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진보신당 노회찬 전의원도 참석하였는데, 이들은 이명박 정권이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철거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데 공분하며, 경찰의 폭력성을 규탄했으며, "용산참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추모사에 이어 ‘노래공장’과 ‘우리나라’의 추모노래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인 김해자 시인의 추모시와 박진원씨의 춤사위로 이어져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으며, 단상 옆에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추모대회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데 주최측과 시민들은 분노하였다. 추모대회가 열리기로 한 시각 4시엔 이미 청계광장을 경찰이 점거하고 있었는데, 경찰은 전경버스들을 이용해 종이 한 장도 빠져나갈 수 없을만큼 청계광장을 바짝 둘러쌌다. 청계광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 중 몇은 경찰에게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물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정부의 원천봉쇄에 분노한 조용철씨(노원구 상계동)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전경차를 뒷골목에 세워두었지, 이렇게 대로변에 세워두고 몰염치하게 국민을 협박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상자로 만든 피켓을 들고 다니던 윤재학씨(양천구 신정동, 61세)는 “이 정권은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취임 전부터 1%의 국민만 챙기고, 나머지 99%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추모대회가 진행되는 맞은편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하여 해산을 경고했으나, 모여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주위에는 주차금지를 표시한 울타리가 부서져 있었고, 보도블럭도 일부 깨져 있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추모대회 주최측은 “이명박이 추모대회를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원천봉쇄에 굴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그리고 2월 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와 2월 7일 제3차 범국민 추모대회에 참여해 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하였다. 

추모대회를 마치자, 서울역에서 빈민대회를 열었던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과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합류한 천주교인들은 추모대회에 참석했던 시민들과 함께 고인들의 영정을 든 유가족들을 뒤따라 ‘독재타도 명박퇴진’, ‘김석기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명동까지 행진했다.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제1기 기자학교에 참여한 교육생들이 공동으로 취재한 것입니다. 취재에 참가한 교육생은  고동주, 배은주입니다.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