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모인다.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하나둘 모인 이들은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를 하고 광화문 사거리 건널목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가급적 시민들 통행에 방해되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선다. 기후 피켓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구를 읽는 사람,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 조용히 다가와 “저도 가톨릭 신자입니다. 응원합니다” 말하는 사람. 엄지손가락을 들고 미소짓는 사람. 지난주에는 지나가
지난 12월 10일 한국 사회 환경 시민사회, 노동, 종교 등 모든 부문이 참여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기후 대선을 위한 10대 정책을 선정 발표하며,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원칙과 방향을 요구했다. 즉 기후 정의에 입각해 기후위기 책임과 불평등을 해결하고, 시장과 기술 중심의 성장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환 정책과 기후위기 당사자들인 노동자, 농민,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정책 제안들이다.매년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시대, 주권자인 국민의 지극히 당연한 정책 요구이지만 대선을 앞둔 후보들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을 앞두고 있다. 이번 COP26이 중요한 이유는 인류 생존을 위해 기온상승을 1.5도 이하로 멈추고, 지구 기후시스템 붕괴를 막을 시간이 우리에게 채 10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약속하고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이런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197개 나라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글래스고에 모였다. 첫째는 금세기 중반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장기 목표이고,
지난 9월 30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에 참여했던 종교계 위원들이 2050년 탄소 중립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상향 조정이 없는 탄중위의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사퇴했다. 그리고 10월 8일 정부와 탄중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발표를 보면 종교계 위원들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감축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 했지만, 총배출량으로 보면 감축률은 30퍼센트에 불과하다.2018년 10월 8일 인천 송도에서 열
올해는 지학순 주교(1921-93) 탄생 100주년 되는 해다. 원주교구는 그간 지학순 주교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학술제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원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다시 빛으로’라는 주제로 지 주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지학순 주교의 생애는 한마디로 오늘날 사회 사목의 목표인 ‘통합적 인간발전’을 위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학순 주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 운동 특히 신용협동조합에 주목했고, 이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활동하도록 하였다. 지학순 주교가 주도한 협동 조직 운동은
지구 역사상 5번의 대멸종(Mass Extinction)이 있었다. 화산 폭발, 해수면 하강, 메탄가스 증가 등 멸종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하나 이산화탄소의 증가였다. 현생 인류도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했다. 적어도 지난 8월 11일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근현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09도 올랐고, 지난 200만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
폭염 사회(Heat Wave). 1995년 미국 시카고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다. 구급차는 모자랐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했으며, 시민들은 갑자기 죽은 이웃들을 목격했다. 폭염은 홍수나 폭설처럼 스펙터클 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였기 때문이다. 당시 700여 명이 사망했고 "폭염 사회"는 열파 사망의 사회적 참사를 기록한 책이다.지난 6월 29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 지역 기온이 49.5도까지 올랐다. 캐나다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제대했다. 공병대에서 복무한 둘째는 제대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작업에 나갔다.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높이 들린 컨테이너가 그만 바로 앞에 떨어졌다. 깔림은 피했지만, 컨테이너의 무게로 떨어지는 순간 몸이 뒤로 날아갈 정도의 큰 충격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노동 현장의 사고와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둘째의 이야기를 듣고 받은 충격은 정말이지 달랐다.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이송 컨베이어에 끼어 사망한 김용균 씨는 사고 추정시간 4시간 후에나 발견되었고, 다시 4시간 방치된 뒤에야 태안의료원
얼마 전 생활협동조합 활동가들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주로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과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화에 참여한 아이들을 키우는 생협 활동가 한 분이 질문했다. 인류가 과연 지금의 기후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질문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이 눈부시게 살아갈 불과 20년 후 세상에 대한 우울함과 걱정이 느껴졌다. 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부문에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부 정책과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대화를 마치고 자괴감이 들
수년 전 한일 생활협동조합 활동가들의 교류 때 쓰찌다 다까시 선생을 만났다. 한국에서 선생은 지금은 절판된 "공생공빈"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어 번역은 기독교 농민운동을 했던 이제 고인이 되신 김영원 선생이 했다. 김영원 선생은 기독교 장로로 농민운동과 유기농업 실천에 앞장선 생명 운동의 어른이었다.쓰찌다 선생은 대학교수였다. 그것도 일본에서 잘나가는 교토 대학교 공대의 금속물리학과 교수였다. 선생이 교수였던 1960년대 일본은 격렬한 학생 운동의 시기였다. 선생은 당시 학생들의 투쟁에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꼼꼼히 이야기를 들
지난 3월 15일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와 '4대강 국민소송단',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등 3개 단체는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녹색연합 등 시민 환경단체들이 지난 2월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4대강 사업반대 단체에 대한 사찰과 공작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국정원이 관련 문건 8건을 공개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을 앞둔 2008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작성한 문건들로 4대강 사업반대 주요 단체 현황을 요약하고, 4대강 사업반대
지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창조주가 몇만 년을 가꾸어 온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위 규제 완화와 산지 관광 활성화란 명목으로 전국 70퍼센트에 달하는 산악 지역에 각종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을 건설하고자 했고, 그 첫 시도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사업이었다.그리고 2019년 강원도 양양군은 다시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지역에 시간당 825명이 탑승하는 3.5킬로미터 길이의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원주지방 환경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했다. 그해 9월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사업
현대 과학은 우주의 나이를 138억 살로 본다. 이 나이를 1년으로 압축하면 흔히 빅뱅이라 말하는 불덩어리는 1월 1일 시작되었다. 우리 은하계는 3월 15일에 생기고 지구는 9월 1일에 만들어진다. 9월 15일에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은 11월 13일에 등장한다. 척추동물이 바다를 떠나 육상에 나오는 것은 12월 20일, 공룡은 12월 29일과 30일에 번성한다. 그리고 12월 31일 오후 4시 포유류가 등장한다. 밤 11시에 유인원이 진화하고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밤 11시 58분에 등장한다. 인류 문화는 11시
지난해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지역(오색지구∼끝청 하단)에 3.5킬로미터 길이의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원주지방환경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사업 시행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양양군에 ‘부동의’로 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2012년부터 자본과 개발 논리로 추진되어 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다시 한번 좌절된 순간이었다. 당시 서울역 맞은편 환경부 상황실 앞에서 농성 텐트를 치고 단식과 농성, 미사로 함께해 온 시민들은 기뻐했다.기쁨도 잠시, 사업자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는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별장이 있다. 마당 있는 단층집인 소박한 별장에서 김수환 추기경도 휴가를 지내곤 했었다. 별장 바로 앞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펼쳐진 맹방해변은 그야말로 명사십리다. 그런데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 그룹 계열사로 박근혜 정부가 건설 승인해, 2018년 7월부터 건설되고 있는 2100메가와트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며
지난해 미국 타임지 선정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며 노벨 평화상 후보, 그리고 청소년 기후행동을 이끈 스웨덴 청소년 환경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녀와 같은 나이 2003년생 한국 청소년들을 며칠 전 동성고등학교 1학년 기후 생태캠프에서 만났다. 이번 기후캠프는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처음 열린 캠프다. 스웨덴과 달리 입시 위주 교육 체제에서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기후강의와 생태체험 활동은 처음인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관련 지식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눈빛도 보았다. 하지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기후위기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뜻으로 2019년 4월부터 영국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이름이다. 이들이 말하는 ‘멸종 저항’의 목적은 이렇다. “정파를 넘어선(beyond) 국제네트워크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적 긴급 사태 앞에서 각국 정부가 행동하도록 설득한다.” 이를 위해 3가지를 정부에 요구한다.첫째, 정부는 기후와 생태적 긴급 사태를 선언하고 진실을 말할 것. 둘째, 정부는 생명 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50일 가까이 비가 왔다. 사람들은 그저 역대급 장마라고 생각했다. 장마와 폭우 피해를 이명박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가 막았고, 산사태의 원인은 태양광 발전 시설 때문이라는 미래통합당 발 가짜뉴스가 난무했지만, 수해의 진짜 원인은 기후위기다. 퍼붓는 빗속에 50여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폭우로 인한 사망이라고 언론은 보도했지만 실상 기후위기로 인한 희생자들이다.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가 필요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 15일,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집회 절대 금지구역으로 정했던
지난 7월 14일 정부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가운데 그린뉴딜은 도시, 공간,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 등 세 분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위기로 경기 부양 정책은 시급하고 필요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이다. 왜냐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 이유가 바로 지구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특히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선도국가가 아니다. OECD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1위, 국민 1인
지난해 8월 영화 '김복동'을 보았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 주관한 공동체 상영으로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궁금했다. ‘저분은 누구실까?’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계시며 잠자리 수발에, 말벗에 그림자처럼 옆에 계신 한 분이 궁금했다.손영미 소장님이었다. 부끄럽게도 난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소장님이신 줄도, 여성인권운동가이신 줄도 몰랐다.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도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천주교 세례명, 엘리사벳.과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