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기후위기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뜻으로 2019년 4월부터 영국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이름이다. 이들이 말하는 ‘멸종 저항’의 목적은 이렇다. “정파를 넘어선(beyond) 국제네트워크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적 긴급 사태 앞에서 각국 정부가 행동하도록 설득한다.” 이를 위해 3가지를 정부에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기후와 생태적 긴급 사태를 선언하고 진실을 말할 것. 둘째, 정부는 생명 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것. 셋째, 정부는 기후정의에 입각해 시민의회(Citizen’s Aseembly)를 구성하고 이들의 결정을 따를 것.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뜻과 행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나라마다 행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되었고, 올해 1월 20일 가톨릭기후행동이 출범 미사를 봉헌하며 시작했다.

2020년 5월 22일에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있었던 가톨릭기후행동의 기후행동. (사진 제공 = 가톨릭기후행동)

멸종 저항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비폭력, 혼란, 희생, 애도, 재미다. 사람들이 모여 법을 어겨 혼란을 일으키되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 버스 위에 올라가고 도로를 점거하고 길거리 캠핑을 하지만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과정과 결과에서 구속되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멸종된 생물을 애도하지만, 집회는 재미있어야 한다. 이들은 말한다. “춤출 수 없으면 혁명이 아니에요.” 참여하는 이들도 다양하다. 기후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청소년과 청년세대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여 전단을 돌리고 도로를 점거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행동한다.

이 멸종 저항에 참여하는 82세 영국 노인 킹스턴의 인터뷰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12일 동안 멸종 저항 행동을 하며 네 번이나 체포되었다. 다우닝가에서 분필로 ‘지금 당장 행동(Act Now)’을 적었고 죄명은 기물파손죄였다. 잡혀가는 할아버지에게 사진작가가 물었다. “죄명이 뭐예요?” 할아버지는 “지구를 보호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디로 잡혀가는 건가요?” (할아버지 웃으며) “천국.”

경찰에 연행되는 필 킹스턴. (사진 제공 = 정혜선)

킹스턴 할아버지의 은퇴 전 직업은 보호 감찰관이었다. 보호 감찰관은 기본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법이 지구를 파괴하는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멸종 저항에 나섰다. 킹스턴 할아버지는 오늘날 세상은 ‘돈’이 모든 것의 꼭대기에 있다며 북미 원주민 수(Siox) 부족의 속담을 말한다.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고 나면 알게 됩니다.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걸요.”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아먹으려는 일들이 지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월 12일(토)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에 저항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동시다발 온라인 집회로 진행된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1인시위와 단체 퍼포먼스 사진을 SNS에 ‘#우리는살고싶다’ 글과 함께 올리고, 행진을 상징하는 신발 퍼포먼스도 한다.

'9.12 기후위기 비상행동, 우리는 살고 싶다' 안내. (포스터 제공 = 기후위기 비상행동)

뭐라도 해야 한다. 교회는 기후위기의 야전병원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기후위기, 생태 위기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국회는 정파를 넘어서 멸종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노동과 생산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 시민들은 가짜뉴스에 속지 말고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8.15 광화문 집회같이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어른들이 아니라 킹스턴 할아버지 같은 어른들이 많아져야 한다. 시간이 없다.

(필 킹스턴 인터뷰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RwCLILesqTo)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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