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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살인[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평화의 소녀상. (사진 출처 = 맹주형)

지난해 8월 영화 '김복동'을 보았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이 주관한 공동체 상영으로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궁금했다. ‘저분은 누구실까?’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계시며 잠자리 수발에, 말벗에 그림자처럼 옆에 계신 한 분이 궁금했다.

손영미 소장님이었다. 부끄럽게도 난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소장님이신 줄도, 여성인권운동가이신 줄도 몰랐다.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도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천주교 세례명, 엘리사벳.

과거 이승만, 박정희 독재 시절 ‘사법살인’이 있었다. 죄가 없음에도 독재 권력에 의해 조작된 죄로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실제 사형당한 이들이 있었다. 인민혁명당, 줄여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이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번 죽음을 ‘보도 살인’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 과거 독재 시절 사법살인이 있었다면 이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악의적 언론 보도로 그 당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보도 행태를 표현한 말이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들, 그리고 이번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의원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그렇다. 정의기억연대는 지금까지 회계 위반, 횡령 등 범죄 사실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언론은 마치 사실인 양 보도했다. 

삼성은 달랐다. 2018년 5월 이미 금융감독원이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는 회계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지금도 언론은 삼성의 회계부정과 죄가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삼성과 이재용을 그대로 두라는 편향적 기사들이 판을 친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권력과 자본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이들을 그래서 ‘기레기’(기자 쓰레기)라 부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태도도 안타깝다. 정의기억연대의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NGO 단체가 회계 처리를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 반성 중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평생의 삶이 부정당한 한 분이 돌아가셨다.

내 책임,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 스스로가 언론의 거짓에 맞설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고, 의혹과 차별과 분노를 일으키는 가짜 뉴스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가짜 뉴스는 성경에 나온다. 유포자는 뱀이다. 뱀은 낙원에 사는 여자의 행복만을 염려하는 친구인 양 접근해 일부만 사실인 이야기를 전한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실제 하느님은 아담에게 ‘어떤’ 나무가 아니라 단지 ‘하나의’ 나무에서만 따 먹지 말라고 말했다. 여자는 뱀의 말을 정정하지만, 열매를 먹으면 죽는다는 하느님의 말보다 죽지 않는다는 뱀의 가짜 뉴스에 더 귀를 기울인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 

결국 가짜 뉴스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여자와 남자. 거짓에 대한 신뢰의 결과는 참담했다. 뱀은 저주를 받아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어야 했고, 여자와 남자는 영생의 기회를 잃고 낙원에서 쫓겨나 고통 속에 땅을 부쳐 먹는 신세가 되었다. 진리의 왜곡, 가짜 뉴스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영향을 창세기는 말한다.

뱀 같은 언론에 의한 희생자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거짓에 대한 해독제는 결국 사람이다. 탐욕에서 벗어나 경청의 자세를 지닌 사람, 진솔한 대화를 위한 노력으로 진리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 기레기의 탐욕을 믿지 말고 내가 평화의 언론이 되자. 배척이 있는 곳에 연대를, 편견이 있는 곳에 신뢰를, 적의가 있는 곳에 존중을, 거짓이 있는 곳에 진리를 가져오는 우리가 되자.(프란치스코 교종, 제52차 홍보 주일 담화문)

주님, 이 세상에서 불러가신 손영미 엘리사벳을 받아들이시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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