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타임지 선정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며 노벨 평화상 후보, 그리고 청소년 기후행동을 이끈 스웨덴 청소년 환경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녀와 같은 나이 2003년생 한국 청소년들을 며칠 전 동성고등학교 1학년 기후 생태캠프에서 만났다. 

이번 기후캠프는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처음 열린 캠프다. 스웨덴과 달리 입시 위주 교육 체제에서 아침 8시부터 시작된 기후강의와 생태체험 활동은 처음인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관련 지식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눈빛도 보았다. 하지만 이들이 찬란한 젊음을 보낼 10년 후 20대의 세상이 섭씨 1.5도를 넘고, 그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어 이끌 30년 후의 세상이 결국 기후로 파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 눈빛은 바뀌어 갔다.

학생들에게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군가는 내가 시위를 할 게 아니라 학교에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내게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공부를 해서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위기에는 이미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이미 모든 사실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어나서 바꾸는 것이다.” 2003년생 그레타와 같은 나이 한국 청소년들은 이날 학교 곳곳에서 자신의 기후위기 입장을 적은 피켓을 들었다. 이틀간의 수업을 마치고 나는 이들 가운데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가 나올 것이라 확신했다.

이번에 진행된 청소년 기후교육의 시작은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라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찬미받으소서' 160항) 교종의 이 엄중한 질문에 따라 교황청 온전한 인간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올해 5월 24일부터 내년 5월 24일까지 한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다. 그리고 2022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가는 7년 여정을 시작하자고 전 세계 교회에 요청하였다.

한국교회도 이 요청에 응답하였다. 지난 10월 16일 추계 주교회의를 마치며 주교단은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앞에서’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과 이에 따른 한국교회의 특별 사목 교서는 앞으로 8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후위기를 행동으로 막아 보자는 제안이다.

지난해 9월 21일(토) 대학로에서 봉헌된 가톨릭기후행동 미사 모습. ©맹주형

앞으로 10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상승이 섭씨 1.5도를 넘지 않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절반 가까이(45퍼센트) 줄여야 한다. 203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를 7.6퍼센트씩 줄여야 2050년 1.5도가 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특별 사목교서 실천 지침이 나온 것이다. 가정과 본당, 교구, 사회공동체 전반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이며, 파국으로 향하고 있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와 후손이 살아남기 위한 실천 안내서다. 때문에 관례처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교구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출애굽에 나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결연하고 절박한 마음 자세여야 한다.

교회의 학교마다 멸종위기종이 된 청소년들에게 기후교육을 하고, 눈에 보이는 성전의 화려한 모습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 화력 발전소를 멈추기 위한 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햇빛 발전소를 모든 성당에 만들어야 한다. 신자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생태적 회개와 기도 속에 쓰레기, 에너지, 육식을 줄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매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위한 사목 교서를 준비해 강론하고 교육하며, 교구와 본당, 신자 가정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 가까스로 파국을 막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처럼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때가 될 것이다.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은총을 실제로 체험한 진정한 희년이 될 것이다. 죽음의 기후위기를 극복한 교회의 해방 체험이 될 것이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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