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추수꾼들, 신분까지 속이며 타 종교 신자 빼 가

신흥종교 ‘신천지’(공식 명칭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가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에는 천주교 사제를 사칭하며 신천지 포교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나타나 주교회의와 각 교구 차원에서 주의를 당부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신천지에 빠진 부산교구 사제가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신천지 포교활동을 벌이다 면직 당하기도 했다.

‘오직 신천지에만 구원이 있다’는 오만 … 공격적 포교활동

신천지는 이만희 씨를 총회장으로 1984년에 창설된 신흥종교로, 2011년 12월 말 신자 수가 약 8만 5천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명칭 중 ‘신천지’는 새 장막과 새 성도를 뜻하는 ‘새 하늘 새 땅’의 약어이며, ‘예수교’는 신천지의 교주가 예수라는 것을, ‘증거장막성전’은 요한 묵시록을 보고 듣고 증거하는 자들의 성전을 가리킨다고 한다.

수원교구 복음화국 소식지 <나눔의 소공동체> 2012년 6월호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신천지는 요한 묵시록 15장에 나오는 ‘증거의 천막’이 바로 ‘신천지 교회’라고 주장하며, 신약의 모든 예언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신천지 교회 신도 수가 요한 묵시록에 언급된 14만 4천명을 채우면 ‘새 하늘 새 땅’이 시작되며, 이들이 모두 영생한다는 것이 주요 교리다.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가 ‘교주’로서 ‘신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지만, 신천지는 “신천지 나라의 교주는 예수 그리스도”(신천지 홈페이지 이만희 총회장 인사말 중)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천지가 천주교나 개신교의 기성 교회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신천지가 기성 교회를 구원 없는 ‘바벨탑’에 불과하다고 믿고, 다른 교회 신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포교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신천지 신자들은 ‘오직 신천지 교회에만 구원이 있다’고 믿고 있다. 예컨대 신천지는 지난 1월 6일 신천지 홈페이지에 게시한 ‘신천지예수교와 기성 교회’라는 글에서 요한 묵시록을 장황하게 인용하며 “이 신천지예수교에 와야 구원을 얻을 수 있으며, 기성 교회에서는 구원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믿음에 따라 신천지는 타 교단과 교회를 포교 대상인 ‘추수밭’으로 여기고, 여기에 훈련 받은 ‘추수꾼’을 잠입시켜 포교활동을 벌이기까지 한 것이다.

▲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갈무리)

세뇌 교육으로 분별력 잃고 가정 파괴로 이어져
나눔과 친교 메마른 교회에 울리는 경종

신천지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 천주교 사제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인터뷰에서, 신천지 추수꾼이 신분을 숨기고 기성 교회 신자에게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을 ‘모략 전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천지는 교리를 세뇌 받는 6개월의 성경 공부 자리까지만 데려가면 거의 성공이라고 본다”면서 “젊은이들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상담도 해주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천지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신천지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한 것은 ‘세뇌’에 가까운 신천지 교육을 받은 사람이 분별력 · 자제력을 잃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 파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천지에 한번 빠져들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기성 종교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갖게 되고, 자기가 믿는 신천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좋지 않게 말하면 이를 ‘박해’로 여깁니다. 가족들과도 말이 안 통하기 때문에 가정불화는 기본이고 가출, 이혼,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가족들이 견디지 못하는 거예요.”

한편, 그는 신천지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배워야 할 점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천지의 ‘종말론’은 하느님의 말씀이 바로 지금 나에게 어떤 결단과 삶의 변화, 세속과의 단절을 요구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새로운 신자를 포섭하는 단계에서는 한 사람에게 몇 명씩 붙어 챙겨주고 대화하며 형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꾐에 넘어가게 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특성은 원래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적인 부분이었으나 기성 교회들이 점점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신천지가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지만, 신앙의 종말론적인 성격과 인간의 약점, 두려움을 파악하고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면서 “신천지는 기성 교회에 대한 경종”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그는 오늘날의 신앙인들이 ‘쉽고 편한 신앙’만 찾기 때문에 신천지와 같은 종교에 현혹된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그는 “신천지에서 6개월 만에 성경에 통달할 수 있고,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요한 묵시록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서 자극적인 용어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소비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감성에 부흥하는 점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단 중에서도 매우 진화한 이단”이라고 꼬집었다.

수원교구는 작년 9월부터 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신천지 피해사례, 예방 대책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 교육을 담당한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위원장 문희종 신부)가 내놓은 교육자료 <신흥종교단체 ‘신천지 교회’에 관하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신천지는 핵심 교리는 변함없이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인 포교를 위해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포교 전략도 신분을 숨기고 속이기까지 하는 ‘모략’에서 ‘공개포교’로 변화하며, 언론을 통해 신천지의 교세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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