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을 맞아 열린 '순교자 현양 특강과 미사', 9월 6일부터 3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9월 6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순교자 성월을 맞아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최창화 몬시뇰)가 주관한 순교자 현양 특강과 미사가 봉헌됐다. 교구장 취임 후 첫 강의에 나선 염수정 대주교(서울대교구장)는 이번 특강의 대부분을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및 순교성지 조성을 촉구하는데 할애했다. 염 대주교는 서소문 성지의 역사적 신앙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서울시 · 코레일 ·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추진하는 ‘서울시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해 이곳이 세계적인 성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염수정 대주교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및 순교성지 조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명동대성당이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찼다. ⓒ문양효숙 기자

염수정 대주교는 서울시 중구 의주로에 위치한 서소문 근린공원이 “한국의 103위 순교성인 가운데 44위, 125위 하느님의 종 가운데 25위를 배출한 국내 최대 순교지이자 세계적 성지”라고 강조하고, 이곳이 “교회의 위대한 정신과 믿음을 후손에게 전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성인과 순교자를 본받아 하느님 말씀의 증인으로 거듭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와 함께 강사로 나선 서울대교구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및 순교성지를 위한 위원회’ 원종현 신부(서울 국제 선교회)는 “중림동 약현 성당 주임 신부로 지냈던 5년간 전에는 몰랐던 약현 성당의 역사적 가치를 알게 됐다”며 “약현 성당은 명동성당보다 앞서는 한국최초의 성당이며 서소문 순교성지를 바라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현 신부 ⓒ 문양효숙 기자
원 신부는 “서소문 성지에는 그저 현양비가 하나 세워져 있을 뿐 교회적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없다”며, 지하 주차장과 쓰레기 집하장이 들어선 서소문 근린공원의 현재 모습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2008년 12월 4일 서울시 · 문화체육관광부 · 코레일이 함께 발표한 중구 봉래 2가 122번지에 대한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기본 구상안’이 서소문 근린공원 재개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며 새로 조성될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이 신자들뿐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큰 역사적 산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강이 끝난 후 미사를 집전한 염수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아현 고가도로와 경인선 철도, 고층빌딩 사이에 가려져 잃어버린 성지로 방치되고 외면되어온 서소문 성지가 세계적인 곳으로 탈바꿈할 기회가 왔다”며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며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염수정 대주교는 서소문 성지가 교회와 한국 근대사에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이곳은 하느님 앞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을 죽음으로 보여준 곳이며, 신분제에서 벗어나려는 민중을 각성시켜 조선이 근대 사회로 나아가는 데 정신적 토대를 제공한 곳”이라 말했다. 염 대주교는 “단순한 근린공원을 세계 최대의 순교 성지로 조성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신자들에게 이 일의 성사를 위해 많은 관심과 기도를 당부했다.

순교자현양 특강과 미사는 9월 13일과 20일에도 계속된다. 13일에는 박정일 주교(마산교구 원로사목자)로부터 '시복 시성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20일에는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로부터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교회 쇄신을'이란 주제로 특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는 이 특강의 취지에 대해 "103위 순교 성인들의 순교정신을 이어받아 현재 진행 중인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기도운동을 알리고 순교자의 참 뜻을 기리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특강이 끝난 후 봉헌한 미사에서 염수정 대주교가 강론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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