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김대건 신부가 조선 땅으로 건너오면서 선상에서 드린 미사 같다"

2월 12일 주일에 오전 7시 제주 강정 구럼비 바위 위에서 미사가 봉헌되었다. 지난 해 9월1일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이 집전하고 제주교구와 전주교구 신부들이 참석했던 미사를 봉헌한지 164일 만의 일이었다. 

문정현 신부와 김성환 신부(예수회), 그리고 제주교구 신자들과 평화활동가, 강정마을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구럼비에서 범섬 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온 몸으로 맞이하며, 참석자들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렀다.

미사를 주례한 김성환 신부는 “마치 1968년도 닐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착륙할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우리 땅이고 마을 근처에 있는 곳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지 이상하다” 며 “그동안 많은 현장 미사를 했지만 오늘처럼 뜻있는 미사가 처음”이라고 떨린 목소리로 미사를 시작했다.

강론을 통해 문정현신부는 “바다를 가르면서 이곳까지 오는데, 마치 김대건 신부가 상해에서 조선 땅으로 건너오면서 선상에서 미사를 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김대건 신부님 마음이 지금 나의 마음과 흡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먹었다.

구럼비에서 매일 같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해 9월 2일 이후에도 해군과 경찰의 경계에도 매일 새벽 구럼비에 들어가 기도를 했던 송강호 씨는 “오늘의 미사가 자유의 시발점이 아닌가 여겨진다”며 예전에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했다. 이어 “하느님께 감사를, 이곳에서 축제를 벌일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제주교구 서귀포복자 성당 신자인 양재희 씨는 “어제 밤 이곳에 올 것을 생각하니 걱정과 벅차오르는 마음이 교차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며 주민들의 고통에 함께 하고 싶다고 눈물지었다.

구럼비 미사가 봉헌된 계기는 제주대 로스쿨 신용인 교수 때문이었다. 신 교수는 구럼비에 들어가는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부당한 법집행을 보면서, 지난 2월 7일 강정마을 카페 게시판에 “구럼비 바위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기본권이 있으며, 구럼비 바위로 가는 길을 막은 철조망은 헌법이 보장한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본다”고 쓰고, “구럼비는 공유수면으로 해군의 관할권이 없으며 공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처벌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교수는 2월 9일 직접 카약을 타고 구럼비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동안 해군은 지난 해 9월 2일 중덕삼거리에 팬스를 치고, 초법적으로 검찰과 경찰과 결탁해 구럼비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협박했지만, 송강호를 비롯한 평화활동가들이 온갖 폭력과 연행, 체포, 구금, 벌금 따위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함으로써 구럼비 미사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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