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병수 신부] 교회,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공동체 회복에 나서야 할 것

단식기도 마침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11월 16일 제주교구 본당에서 참석한 200여명의 신자, 수도자들의 축복 속에서 7일간 단식기도를 한 14명의 제주교구 신부들은 11시 강정마을 평화광장에서 봉헌되는 생명평화미사로 마무리 했다.


이날 강론을 맡은 중문성당 현요한신부는 “단식을 통해 일상에 안주하고, 기득권을 형성하고, 하느님을 믿는 척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정화시켜주는 피정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 일상으로 돌아가 세상 구원을 위해 누룩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병수신부는 “비록 단식은 끝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며 단식기도지향으로 ‘구럼비 발파’ 문제는 지난 15일 서귀포경찰서에서 서류를 반려해 18일의 발파계획은 무산되었는데 이는 우리의 작은 기도가 이뤄진듯해 다행이다“ 며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안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후 강동균회장을 비롯한 구속자 석방을 위한 탄원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해군기지 예산 전액삭감에 대해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적으로 이용만 하고 실행하지 않을 시에는 반드시 총선때 심판하자고 선언했다.

▲ 고병수 신부.
그래서 강정에 올 때는 마음이 무겁지만 내가 믿고 내 운명을 바친 하느님이 이 강정지역에 구체적으로 현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어 돌아갈 때는 편안한 맘을 느낀다고 말하는 고신부를 단식 7일째 되는 11월 16일 단식기도장에서 만났다.

단식 7일째인데 건강은 어떤가?
단식 3일째 머리가 아프고 무릎 관절이 아팠는데 4일째가 되니 머리도 맑아지고 공복감도 덜하고 지금은 아주 좋다.

해군기지 문제로 단식을 몇 번 했나?
두 번째이다. 4년 전, 강우일 주교님이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해군기지 반대를 천명한 다음, 전 교구 사제들이 의지와 희생을 결단하는 의미에서 교구청에 모여 7일 단식기도를 했다. 이번에는 구럼비 발파에 따른 위급한 상황 속에서 서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신부들과 연대하기 위해 강정현장에서 단식기도를 하게 됐다.

주민의 실상을 그 전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일주일 동안 마을에 있다 보니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그 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안보이고, 새로운 사람들이 보이나 소수이고, 또 만난 사람들 중에도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을 보면서 이 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의 깊이가 커져서 이제는 마음이 고통의 한계점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절절하게 아파왔다.

이번 단식기도 지향에 강동균 마을회장과 함께 구속된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했는데 오는 11월 18일이 이들의 결심공판이다. 어떤 심정인지?
내가 5년간 보아온 강동균 회장의 인간적인 면은 주민들이 받은 고통의 배 이상의 십자가를 지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주민들 안에서 찬반도 있지만 이쪽, 저쪽 엄청난 압력과 압박을 받고. 또 개인적으로 보면 생활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자기 마을을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 온 분이다.

그 분은 마을 사람들에게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안된다는 명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지지부진 할 때는 몸을 던지거나, 도청 앞에서 단식을 한다든지, 또 직접 앞서서 싸우기도 하고, 국회에도 가고, 도보순례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군과 정부는 주민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해군기지반대 투쟁을 어렵게 하기 위해 강회장을 구속시키려 할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정당한 일을 했기 때문에 석방될 것이라 믿는다. 설령 구속된다 하더라도 강동균회장의 의지나 신념을 굴복시키진 못할 것이고, 주민들에게 순간적인 절망을 줄진 모르지만 동시에 제주도 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의 양심을 깨우쳐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동참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해군기지 투쟁의 숨은 공로자라고 하던데 어떤 때가 가장 힘들었나?
그건 아니다. 주교님이 이 문제에 대해서 기준을 잡으신 거다. 주교님은 이게 국가사업, 안보사업과 관련된 내용이고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안보의식을 놓고 봤을 때, 교구 신자들이 편이 갈리고 이것으로 인해 교회가 분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교회의 가르침이나 민주적인 정당성 이것은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자들의 분열이라는 차원을 뛰어 넘어서 하느님의 가르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정리를 하고 온 거다.

또한 주교님 말씀이 사제들에겐 권위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권위가 될 수도 있고 그냥 하는 말 일수도 있기 때문에 신부들이 투신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주교님 곁에 있다 보니 현장에 많이 오게 된 이고, 개인적으로는 강정주민이 처음 도보순례 할 때 한 할아버지가 하늘을 원망하고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러는가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경험을 했다. 그 눈물짓는 모습을 보면서 고통받는 사람과 같이 있어야 겠다고 느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교회 안에 다양한 부류의 신자들이 있는데 불협화음이 생길 때 인간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것이고, 그것을 뛰어 넘어서... 이를 위해 2년 전부터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시켰다. 사회교리를 통해서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한 평화, 인권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신앙 안에서 양심의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걸 통해 신자들이 많이 성숙됐다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한국교회도 인권주일이라고 하는 하나의 주제는 있었지만 생명, 평화, 환경 다양한 사회 현안을 갖고 신자들의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사회교리는 없었다. 그런데 주교님이 먼저 12월 1주 한주를 사회교리 주간을 정해서 각 교회 별로 할 수 있게 하였는데 한국 교회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제주교구가 중심이 되어 천주교연대가 만들어 졌고, 한국천주교회 전체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1차적으로 해결할 것이 해군기지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것도 있고, 이와 맞물려서 갈라진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다. 복원이라는 것은 일순간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신앙의 힘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강정주민들을 어려웠을 때 도와줬던 것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교회는 해군기지 결과가 어떻든 이 마을이 존속하는 그때까지 주민들과 동행하면서 주민의 상처를 보듬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시발점 중에 하나가 예수회 공동체가 강정마을에 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우일주교도 지난 9월 이곳에서 ‘너 강정아, 너는 한국에서도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에 평화가 시작되리라” 라고 선포 하였고, 신부님도 오늘 미사 때 강정을 ‘평화성지’ 라고 말했는데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해군기지 싸움이 5년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강정이라는 조그마한 밀알이 척박한 환경, 역경을 뚫고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씩 조금씩 전해지기 시작했다. 한사람 두사람 찾아오고, 자기들의 삶을 버리고 강정에서 평화를 지키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러다 보니 하느님도 현존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조금씩 조금씩 결실을 맺어주기 시작해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 하게 됐다.

우리는 이 싸움이 이기든 지든 양심이 승리했다고 본다. 이유는 진리, 평화, 사랑이 세상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라기 때문이다. 강정주민, 제주도민, 세계 사람들의 양심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고,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생명과 평화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고취하게 됐다.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강정을 거울삼아 강정처럼 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기 지역이나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는 디딤돌로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심의 승리라고 본다. 해군기지싸움이 이긴다면 이곳을 평화의 성지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한국사회에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재정립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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