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당에 비치된 <가톨릭성가>에는 저작권 시비가 붙은 곡 위에 "이 곡은 저작권 사용허가를 받지 못한 곡이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라벨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음악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1985년 초판 발행 이후 한국천주교회 안에서 두루 사용해 오던 <가톨릭성가>를 둘러싸고 저작권 시비가 법정소송까지 가 있으며, 특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천주교중앙협의회 사이에 빚어진 공방이 교회 내 사제들과 신자들 사이에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저작권 시비에 불을 붙인 최병철(대건안드레아) 전 가톨릭대 교수에 대해 “돈만 밝히는 자”라는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으며, 최병철 교수 측에서는 “봉사만 요구하는 교회에 대해 실망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최병철 교수는 “교회 측은 일단 음악저작권협회와 관계를 청산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태도”라고 전했다. 법정 싸움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해결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저작권료 지불을 둘러싸고 두 차례에 걸친 형사, 민사소송을 거치면서 물러설 지점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소송 공판에서 발표된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00년 1월부터 2008년 12월 말까지 발생한 저작권료 1억5천여 원(159,192,122원) 등을 지불하라고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에 요구했다.

한편 피고인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은 “최병철이 작곡한 곡들은 피고 법인이 최병철로부터 그 사용을 허락받고 이용한 것이므로 원고에게 그 사용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천주교중앙협의회의) 증인 강대인의 증언만으로는 최병철이 피고 법인에게 이 사건 각 음악저작물 중 최병철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저작물에 관하여 무상으로 사용을 허락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이 “최병철의 사용승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법인은 선의의 수익자이므로, 원고에게 그 사용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수익자가 선의라고 하여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모두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천주교중앙협의회가 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천주교중앙협의회가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함으로써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저작권 개념이 없던 시기에 <가톨릭성가> 만들어져..

이런 논란 속에서 음악저작권협회가 <가톨릭성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현재 <가톨릭성가>는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에서는 문제가 된 곡을 뺀 상태에서 <수정판 가톨릭성가>를 발간해서 보급하고 있다.

1985년에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출간한 <가톨릭성가>는 당시 저작권료와 인세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 출판된 것이다. 1983년에 차인현 신부가 성심여자대학교의 교무처장으로 있으면서 명동성당 가톨릭합창단을 지휘했던 최병철 교수를 찾아와 통일성가집 제작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최병철 교수는 “당시 성가집 통일성가집편찬위원회 대표는 차인현 신부였고, 편찬위원 중에는 가사부분 담당자로 일부 사제와 이해인 수녀 등 몇몇 수녀들이 합류했다. 그들이 최병철 교수의 집에 합숙하며 가사공장처럼 가사를 만들어내면 최 교수가 작곡하거나 편곡했다”고 전한다.

통일성가집 마련을 위해 전국에 공모를 하기도 하고, 살레시오회 원선오 신부와 수원교구 이종철 신부 등이 작곡한 곡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최병철 교수는 자신이 곡을 검토하기에 앞서 이문근 신부가 사전에 자격미달인 곡은 걸러냈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1985년에 <가톨릭성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전국에 보급되었다. 따라서 <가톨릭성가>에 실린 차인현 신부의 인사말에는 구체적으로 최병철 교수를 거명하며 감사를 표하는 구절이 실려 있다.(이 구절은 수정판을 내면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이 통일성가집이 나오기 전에도 성가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교구의 가톨릭출판사에서 준비하던 <새전례성가>와 메리놀외방선교회와 이종철 신부가 중심이 되어 편찬한 <공동체성가>가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작업에 들어간 두 성가집 중에서 <공동체성가>가 먼저 대구 이문희 대주교에게 인준을 받아 전국에 성가집을 선전하고 예매신청까지 받았다. <공동체성가>에게 성가집 시장을 선점당한 상태에서 <새전례성가>는 사실상 사장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 소유의 가톨릭출판사에서 1983년부터 다시 통일성가집을 추진해, 천주교중앙협의회를 통해 주교회의 이름으로 1985년 3월 10일 <가톨릭 성가>가 출판된 것이다. 당시 이 일을 주도한 것은 차인현 신부 등 사제들도 있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 수고한 것은 최병철 교수였다. 그래서 이 성가집에는 최병철 교수가 작곡하거나 편집한 80여곡이 포함될 수 있었다. 당시 최 교수는 약간의 수고료를 받았으나, 저작권 관련 비용은 아니었다. 1985년 당시에는 교회 안에는 ‘음악저작권’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톨릭음악' 저작권 시비 법정에서 다투게 돼  

▲ 최병철 교수.

그러나 저작권 문제가 1997년에 법제화되고, 최병철 교수가 2002년 정년퇴직하면서 자신이 작곡한 800여 곡을 조교를 통해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함으로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 행사를 대행해주는 기관인데, 천주교 측에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병철 교수는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몇 번 찾아갔는데 허탕을 치고, 2005년 9월에야 조규만 신부(당시 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처장, 현재 서울대교구 주교)를 만나 저작권료를 10년 소급적용하고, 향후 나올 성가집에 대해서는 20%의 저작권료를 주기로 구두합의했으나 조규만 신부가 주교로 승품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08년에 천주교중앙협의회에게 지적재산권법이 시행된 1997년 이후 약 10년간에 출판 판매된 <가톨릭 성가>의 총 부수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소명자료에서 <가톨릭 성가> 성인용, 청소년용, 개창용(단성부) 등 6종 도합 2백27만3천5백 부라고 밝혔다. 이들 6종 각종 책자의 부수를 고려한 평균 판매가를 약 4.000원 정도로 산정하면 판매 총액이 약 90억9천4백만 원 가량 된다.

결국 2008년에 음악저작권협회가 천주교중앙협의회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걸어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결국 이 사안은 민사소송으로 발전해 지난 2011년 7월 14일 공판에서는 저작권협회가 승소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산출한 저작권료는 총 1억5천만원(154,729,267원) 정도였다. 선고 후 2주 이내에 양쪽이 항소하지 않으면 이 사안은 그렇게 마무리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4일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으로써, 저작권협회도 다시 항고한 상태다.

평신도 작곡가의 저작권 보호 문제 돌아보는 계기 되어야

최병철 교수는 판매부수에 관해서 "처음에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에서는 그동안 230만부 정도 팔았다고 하더라. 곧이 들을 수 있는 부수가 아니다"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에서는 "판매부수에 관해서는 충분한 증빙자료를 지니고 있으며, 이미 법원에 자료를 제출한 상태"라고 못박았다. 

한편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수정판 가톨릭 성가> 등 각종 인쇄물에서 최병철, 나운영, 박원숙 등 저작권 시비에 관련된 작곡가들의 곡을 제외시킨 상태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어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저작권 문제로 삭제된 곡들을 전례에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천주교중앙협의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성인용 <가톨릭성가>의 경우에 사제 작곡가들은 아무도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청소년용 성가집의 경우에는 사제 작곡가들과 김정식, 신상옥 씨를 비롯해  평신도 작곡가들에게도 저작권료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최병철 교수 등이 연루된 이번 저작권 시비와 관련해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은 지난 7월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소를 제기하였으며, 추후 열릴 고등법원의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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