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가> 저작권 시비..고등법원에서 민사재판 기다려

최근 가톨릭교회 안에서 각 본당 성가대들이 합창용 악보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1985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후 한국교회에서 전례용으로 사용해 오던 통일성가집인 <가톨릭성가>(1985, 천주교중앙협의회)가 ‘판매중지’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2월 24일자로 발간된 수정판 <가톨릭성가>는 ‘혼성합창용’이던 기존 성가집과 달리 ‘제창용’이어서 합창에 필요한 악보가 없다. 기존 <가톨릭성가>는 그동안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왔으며, 급기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2009년 11월경 <가톨릭성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했기 때문에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존 ‘혼성합창용’ 성가집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 수정판 <가톨릭성가>에는 최병철 교수가 작곡했던 곡들은 삭제하고 대신 삽화를 삽입시켰다. 위의 사진은 가톨릭성가 3번 '빛의 하느님'(최병철 작곡) 대신에 삽화를 집어넣고, 다음 성가인 '찬양하라'는 예전처럼 4번성가로 그대로 두었다.

한편 수정판 <가톨릭성가>는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최병철, 박원숙, 나운영 교수 등이 작곡한 곡은 모두 삭제하고 그 자리에 대신 삽화 등을 그려넣었으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 편곡은 주교회의 전레위원회 성음악분과에서 원곡이나 수정본으로 대체해 신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최병철 교수가 작곡한 자비송, 화답송, 영성체송, 복음환호송, 보편지향기도 응답, 신앙의 신비여, 아멘 등 미사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던 까닭에 바뀐 곡 때문에 성가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주교회의에서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곡들을 전례에 사용하지 않도록 성가대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최병철 교수의 경우에는 본인이 작곡한 43곡과 편곡한 39곡을 포함해 모두 82곡이나 되는 곡이 성인용성가집에 삽입되어 있어서 그 파장이 더 컸다. 

형사소송에서 '기소유예'..민사소송에서 '배상판결' 받아
주교회의, 회중용 전례 성가집 새로 만들고 있어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음악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신탁받아 저작물 이용자로부터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해당 저작권자들에게 저작권료의 분배 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2008년 천주교중앙협의회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걸어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범죄혐의는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해서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는 2009년 11월경에 <가톨릭성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통해 <가톨릭성가>의 판매를 중지시킨 바 있다.

그러자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창용으로 수정판 <가톨릭성가>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성음악분과위원회는 ‘회중용 전례 성가집’을 새로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2011년 7월 14일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천주교중앙협의회 측에 손해배상금 지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천주교중앙협의회가 지난 8월 4일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고함으로써, 저작권협회도 다시 항고해 고등법원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주교회의 성음악소위원회, '한국 가톨릭음악 저작권협회' 설립 추진

한편 <평화신문> 9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가톨릭작곡가협회 회원들은 "지금처럼 교회가 창작자의 지적 재산권을 외면하면 작곡가들의 창작욕구가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성음악소위원회 위원인 이상철 신부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저작료를 지불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외국교회의 경우 저작료를 철저히 보호해 준다"고 말하며 교계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교회의 성음악소위원회는 저작권에 대한 교회 내 위탁관리를 행할 수 있는 '한국 가톨릭음악 저작권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로 <평화신문>에서 '한국 가톨릭음악 저작권협회' 설립안을 지난 가을 주교회의 직전에 열린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승인받았다는 보도는 오보임이 밝혀졌다. 아직 이 안건은 주교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남아 있으며, 향후 교회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시비는  여전히 불씨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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