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누구인가-윌리엄 그림]

영국 가톨릭교회 웨스트민스터 대교구의 빈센트 니콜스 대주교는 최근 라틴전례 가톨릭교회가 혼인한 성직자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이유를 무심코 제시했다.

그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임기에 늘 오점으로 남을 성추문 사건에 비추어볼 때 그를 시복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좋은 때가 아니라는 불평에 대해 대답하면서, 니콜스 대주교는 그런 문제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하지만) 시복은 “관리를 잘한 데 대한 포상”이 아니라 (성덕에 관한 것이라)고 간단히 말했다.

그는 틀렸다. 관공서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면 그것은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아동 강간의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그것을 막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 윌리엄 그림 신부
성공회 캔터베리 대교구의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라면 니콜스 대주교처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사제품을 받아서 아버지(Father, 신부)일뿐 아니라 실제로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부모들이 아동 성학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들은 (니콜스 대주교 같은) 그런 발언은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 동네의 한 가정이 갑자기 이사를 가면 그 집의 십대 자녀와 관련된 무슨 일을 부모가 알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바로 그런 때문이었다. 아동 성학대와 관련돼서라면, 그 어떤 부모도 그것을 “관리 태만”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직 어떤 특정 집단의 독신자가 아니라면 그런 냉담한 비유를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한바오로 교황이 “그리스도의 군단”(Legionaries of Christ; 1942년에 만들어진 교황청립 사제/신학생 단체. 청소년 상대로 성소개발에 주력한다.)의 마르시알 마시엘 총장 사건을 비롯한 성학대 사건들을 보고받았다는 것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연쇄 강간범인 마시엘을 “청소년을 위한 유능한 안내자”라고 칭하는 것을 선택했다. 요한바오로 교황은 그저 멍청했을 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한 지도자로서 결함이다. 특히 교황처럼 그렇게 큰 권한과 책임을 지닌 지도자의 지위라면 말이다.

아니면, 혹시 요한바오로 교황은 자기가 임명한 많은 주교들이 그렇듯이, 교회의 자녀들의 안위를 보살피고 교회 안의 잘못된 사제들을 제대로 다루는 것보다는 대외적으로 보이는 교회 지도부의 이미지 (그리고 교회재정)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던 것인가? 이 경우라면, 그는 사건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침묵시키는 일의 공범이었다.

분명히, 교황 요한바오로가 수행한 교황직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영광스런 승리들이 있다. 그러나 또한 적어도 연옥 수련 같은 등급을 받을 만한 커다란 잘못들도 있었다. 천상의 천사를 성가대 연습에 서둘러 불러 노래를 시킬 이유가 있는가?

요한바오로 2세의 신속한 시복은 교황청이 교회 일반의 목소리에 응답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바티칸은 다른 문제에서는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요한바오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과 존경이 일부에서 바라듯 가톨릭교회 전체 지도부 계급을 당혹시킬 조사와 폭로들을 빗겨나갈 편리한 핑계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힘들다.

요한바오로 2세의 시복은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처럼 더러운 현실의 교회 지도부의 모습 위로 성스러움의 방수포를 씌우려는 시도일 것이다. 전능하신 하느님이 주재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에 쌓인 오물을 치우기 위해 헤라클레스가 강 물줄기를 끌어들였다는 신화처럼, 어린이와 화장실 휴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이 터뜨리는 커다란 분노의 강물이 마침내는 넘쳐 올라 우리 교회를 씻어내고 말 것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아시아 가톨릭뉴스 편집인이다. 일본의 가톨릭 주간지 <가토리쿠 심분> 편집주간을 지냈다.

<기사제휴/아시아가톨릭뉴스 2011.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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