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우일 주교]
-"제주도민 전체 인구의 1%, 대우도 1%에 그쳐"
-"4대강 관련 주교단 성명 이후 정부측 교구별로 주교 설득 나서"

 

▲ 강우일 주교(사진/김용길)

말없이 이 땅을 휘둘러 흐르며 반만년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강들이 신음하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개발에 무너지고 있는 4대강을 지키기 위한 교회와 시민의 노력이 점차 무게를 더해가는 가운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를 만났다. 강 주교는 4대강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주교단의 성명서 발표 이후 정부측에서는 각 교구별로 주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교구장이기도 한 강우일 주교는 4대강 개발 뿐 아니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역사 속에서 제주도는 늘 푸대접을 받아왔다. 제주 4.3 사건이나 강정마을 앞바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사안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제주 도민의 아픔을 교회가 함께 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국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한 제주 도민에 대한 대우도 1%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의 피해의식,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교회가 함께 어루만져 주고 싶다고 밝힌 강우일 주교는 "육지에서는 정부가 4대강 개발 무리수를 두고 있으며, 제주도에선 강정마을 앞 바다 해군기지 건설이란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목숨 걸고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3년 동안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느라 제주도 측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강 주교는 "현행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으로 설정된 강정 앞바다에 해군기지 건설, 해양관광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며 교회의 가르침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으며, 지난 해 5월 14일에는 교구 내 모든 본당 신자들에게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호소’라는 글을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제주도의회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와 결탁하여 지난 해 12월 17일 '해군기지 절대보전지구 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제주도를 평화의 땅으로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승수 총리와 해군 담당자에게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 강우일 주교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움직임에 동참한 교구 사제들이 시민들과 시위 중 연행되기도 했던 일을 다시 언급하면서 정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서 지난 1월 18일 새벽 5시 기지건설 예정부지의 땅 정지작업을 무리하게 감행하려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충돌하여, 그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연행되고 신부들이 강제 격리 조치된 적이 있었다. 이때 강우일 주교는 직접 연행된 주민대표들을 면회했으며, 결국 경찰은 주민 대표들을 기소하려다 석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강정 마을 주민의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해 일반 언론들이 정부 의견에 동조하며 지역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강우일 주교는 "우리 교회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뜻을 함께 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2일 강우일 주교는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만나, 해군기지 기공식을 강정마을 주민이 제소한 ‘행정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연기할 것을 합의했으나, 지난 4월 19일 해군이 오는 4월 28일에 '안전기원제' 형식을 빌어 해군기지 건설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는 4월 26일부터 "해군 기지 반대의 뜻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부지에 천막을 치고 대대적인 미사를 거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고병수 신부는 "6•2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들이 이 문제에 침묵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해군기지 문제가 제주 사회에 가장 큰 현안인데도 그냥 넘어가려는 후보자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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