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신년 미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에서 축복받는 존재로

한국인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첫 축복이 이뤄졌다.

지난 1월 20일 가톨릭 신자 성소수자와 이들과 연대하는 단체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가 마련한 신년 미사에서 이승복 신부(글라렛선교수도회)가 미사 끝난 직후, 두 여성 커플을 축복했다.

첫 축복을 받은 이들은 크리스(크리스티나,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와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공동대표) 씨와 배우자 아리 씨(아리아드네), 유연 씨(크리스티나)와 윤해 씨다.

크리스 씨와 아리 씨는 한국 국적으로 2013년 캐나다에서 동성혼을 했고, 유연 씨와 윤해 씨는 2018년부터 만남을 이어 왔다.

이날 유연 씨는 축복을 받은 뒤,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축복을 통해 다시 주님의 곁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 이번 기회로 비신자인 윤해도 가톨릭 교리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길을 열어 주신 앨라이 신부님들, 수녀님들께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크리스 씨는 “혼인 예식과 달리, 사목적 축복은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동성 커플들과 사제들이 서로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축복을 자주 청하고 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한국 가톨릭교회에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복을 내리시고 이들을 지켜 주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이들에게 평화를 베푸소서.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강복하소서."

이승복 신부는 미국 제임스 마틴 신부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때 사용한 기도문을 인용했다. 또 ‘간청하는 믿음’의 지침에 따라 미사가 모두 끝난 뒤, 어떤 전례 예식의 요소도 갖추지 않았다.

그는 이 축복에 대해 “성소수자들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주님의 축복에서 그 어떤 이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앞으로도 축복을 청하는 동성 커플이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제와 연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복하는 사제의 손. (이미지 출처 = Flickr)
축복하는 사제의 손. (이미지 출처 = Flickr)

지난해 12월 18일 교종청 신앙교리부는 선언문 ‘간청하는 믿음-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대하여’를 발표하고, “축복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으며, 그 누구도 이로부터 배제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선언문에 대한 부연 자료에서는 “이 선언의 ‘새로움’은 (교회가) 받아들임을 위한 관대한 노력을 요청하는 것이며, 어느 한 사람도 이 내용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 선언은 전례적이거나 예식화된 축복과 사목적 축복을 구별하라는 초대”라고 확인했다.

또 “이 선언의 가치는 축복의 사목적 의미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기여를 제공하여 전례적 관점과 밀접하게 연결된 축복의 고전적 이해를 넓히고 풍요롭게 해 준다는 것”이라며, “이 문서의 중심 주제는, 축복에 대하여 그리고 이러한 사목적 축복을 활성화하자는 제안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목적 축복은 전례나 예식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축복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으며, 여러 논쟁거리를 접어 두고, 목자의 마음으로 모든 이념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성찰하려는 노력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간청하는 믿음’을 발표한 뒤, 사목적 축복에서 배제되는 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뿐, 이것이 공식 승인이나 예식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가톨릭교회 내부는 이를 두고 “동성 결합 승인 여부냐” 등의 논란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7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탈리아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도덕한 기업가에 대한 축복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동성 커플 축복을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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