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국무회의 특별법 운명 결정
유가족들, 고문 시간 같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만났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을 통해 이뤄진 이 자리에는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을 비롯한 가족 11명과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대외협력팀장, 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 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가 참석했다.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대주교는 “유가족분들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기도 속에 저희가 함께하고 있다”라고 위로했다. 또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이러한 아픔과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같이 기도하면서, 우리 부모님들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순택 대주교에게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제작한 영화 '별은 알고 있다' 명동대성당 상영, 참사 희생자 유족들을 위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월례 미사) 봉헌을 건의했으며, 정 대주교는 “관련 신부님들과 함께 검토하고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1월 24일 정순택 대주교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 (사진 출처 = 천주교 서울대교구)
1월 24일 정순택 대주교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 (사진 출처 =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 자리에 참석한 이정민 위원장(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은 2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가족들은 호소할 곳이 없다.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이것이 정쟁이 아니라 인권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며, “가톨릭교회의 어른이시니, 정부가 특별법을 수용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메시지를 정부나 대통령이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38일 만인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됐다. 본회의 통과에 따라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됐지만, 18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 거부권은 정부 이송 뒤 15일 이내에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1월 30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위원장은 무엇보다 형사 처벌이 아니라 원인 규명을 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정쟁 문제로 왜곡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면서, “우리 유가족은 계속 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는데, 거부권이 행사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쟁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특별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될 일”이라며,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트라우마와 불안감도 해소해 줘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은폐와 외면은 불신을 부풀릴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공개 요청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 이후 1년 3개월이 다 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으며, 참사 뒤 49일, 1주기 추모대회 때도 면담은 성사된 적이 없다”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특별법이 정쟁을 위한 것도, 총선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유가족을 통해 듣고 부디 숙고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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