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집권 여당의 특별법 표결 거부 지탄받아야”

천주교 전국 교구와 남녀 수도회 정의평화 관련 단체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환영한다고 10일 성명을 냈다.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이 9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38일, 특별법이 공동 발의된 지 265일 만이다.

그동안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대책회의는 특별법 통과를 위해 오체투지, 행진, 국회 앞 농성 등을 하며 애써 왔고, 천주교계도 미사와 기도회로 연대했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10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JPIC분과위원회는 성명문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돼 환영한다면서도 “‘재난을 정치화’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특별법 표결 거부는 지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가족들은 오히려 진상조사기구 발족과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여당이 요구하는 법안 수정을 받아들였지만, 국민의힘은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추천에 영향을 미치려는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백지화하고 끝내 특별법 표결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이의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하고, 즉시 법률을 공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국회는 빠른 시일 안에 진상조사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것이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에는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부산교구, 수원교구, 안동교구, 의정부교구, 제주교구, 춘천교구 등 정의평화위원회,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JPIC분과위원회가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회위원회가 국회 농성장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 촉구에 연대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회위원회가 국회 농성장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 촉구에 연대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한편, 특별법이 통과한 9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입장을 냈다.

이들은 “비록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진상규명의 첫발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가 합의 통과를 위해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더해 막판까지 추가 수정안을 가지고 협상했는데도,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공당 역할을 외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통령이나 여당이 조사위원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유가족은 물론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일반적 정서”라며, “더 이상 진상조사는 필요 없다고 해왔던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의장의 조사위원 추천 과정만이 아니라 여야 모두는 유가족의 뜻을 반영해 조사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상규명 특별법은 정부와 특정 고위공직자를 흠집 내고 정쟁화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면서, 2022년 10월 29일 국가의 부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결정과 과정으로 실제 나타났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진상규명이 제대로 첫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진실이 드러나고 책임질 자들이 책임지는 그날까지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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