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구와 수도회 민화위 모임

각 교구와 남녀 수도회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가 참여하는 24차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가 11월 28-30일 춘천교구 가톨릭회관에서 마련됐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주교를 비롯해 교구와 수도회 민화위 관계자 60여 명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민화위 발자취와 활동을 살펴보는 강의, 고성 통일전망대 순례, 분야별 활동 공유, 주제 토론, 평화 교육, 미사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민화위가 어떤 소명을 가지고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어떠한지에 대해 사례 나눔과 토론을 이어가며, 남북 관계와 주변국 정세 변화, 북향민(북한이탈주민)의 수 급감 등,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에 대한 더 절박한 고민과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 민화위를 통해 각 교구와 본당(성당)의 민족화해분과 설치, 한반도 관련 주변국들과 주교회의 차원의 연대, 북향민 사목, 평화 교육을 이어가고 있지만, 복음의 원칙을 유지하되, 기존 교육과 지원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일정 중에는 한국 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활동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br>
일정 중에는 한국 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활동의 역사와 현재를 짚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
미사 중 북녘땅을 향해 평화의 기도를 하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br>
미사 중 북녘땅을 향해 평화의 기도를 하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

특히 이들은 마지막 날, 최근 9.19남북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면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평화 구축의 방향 전환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전국 13개 교구 민화위와 남녀 수도회 민화위가 연명했다.

이들은 “9.19군사합의 무력화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에서 합의의 구속력이 사라지자마자 군사분계선 일대를 중심으로 서로를 향한 움직임이 거칠어지고 있다면서, “한쪽의 행동은 다른 쪽의 행동을 불러일으키며 미움과 경쟁의 길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는 형국이다. 언제 어디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이들은 합의가 파기 명분으로 북의 정찰 위성 발사와 북한의 합의 위반을 드는 것에 대해, “북의 위성은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사항 위반이지, 9.19 합의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북한의 합의 위반 역시 약속을 어기는 것과 깨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하고, “약속을 지키며 도덕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의 무력 행동을 제지할 방법임에도, 한반도는 죽음과 불행의 길로 발을 들여놓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9.19군사합의는 단순히 접경 지역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며, 증오와 미움의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존중으로 갈등을 해소하자며 남과 북이 이룬 신뢰의 상징이자, 죽음과 불행의 길이 아니라 생명과 행복의 길로 들어서자는 서로를 향한 다짐이었다면서, “쌍방에게 의무와 책임이 있는 조치였음에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상대의 이익은 곧 우리 손해라는 이분법적 의식이 강하게 작동한다. 9.19군사합의 역시 정밀 감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을 주었음에도, 우리의 완고함 때문에 스스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힘으로 상대를 누르고, 겁먹게 하는 방식은 상대를 더 과격하고 거칠어지도록 명분만 제공할 뿐이며, 지금 한반도의 안보를 위한다는 조치들은 오히려 안보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한다면서, 다시 신뢰로 돌아가, 일방의 유불리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상상하자고 호소했다.

또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미움과 증오로 그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조치로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낙담하지 않기를,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하느님의 은총을 겸손되이 청하며 우리가 먼저 그 길을 담대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28-30일, 춘천에서 각 교구와 수도회 민화위 관계자들의 모임이 열렸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br>
11월 28-30일, 춘천에서 각 교구와 수도회 민화위 관계자들의 모임이 열렸다. (사진 제공 = 민족화해가톨릭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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