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기후재난의 시대,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시민들의 대규모 행진이 열렸다.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923 기후정의행진’에는 가톨릭기후행동 소속 신자 등 3만여 명 시민이 참여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행진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이날 낮 12시 ‘천주교 거리 미사’를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주례로 봉헌했다. 참석 사제들은 불타는 지구를 상징하는 붉은색 영대를 하고, 신자들도 붉은색 옷과 손수건 등으로 미사 내내 위기의 지구를 기억했다.

가톨릭기후행동 기후 미사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br>
가톨릭기후행동 기후 미사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

신자들은 미사를 마치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행진에 함께 하며 윤석열 정부의 기후정책 퇴행을 우려하며 “기후재난 책임규명”, “핵발전 중단”, “화석연료로부터 정의로운 전환”, “공공교통 확충”, “생태파괴 사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행진은 2019년 이후 매년 9월 유엔총회 시기에 맞춰 전 세계에서 진행하는 기후 행동의 일환이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에서 3만여 명이 참여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었고, 올해는 9월 20일 열린 유엔총회와 기후목표정상회의에 맞춰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6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기후를 파괴하고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기 위한 행진과 집회, 파업을 벌였다. 유엔본부가 위치한 미국 뉴욕에서는 7만 5000명 시민이 행진에 참여했다.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천주교 신자들.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br>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천주교 신자들.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

올해 한국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은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퇴행하고 있는 기후정책과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또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성장과 이윤 중심의 사회 경제 체제 극복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 도중에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있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멸종위기를 경고하는 퍼포먼스로, 참가한 시민들 모두가 죽은 듯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 모든 체제가 멈추고, 우리 인간들도 멸종되는 상황을 경고하는 모습이다.

다이-인 퍼포먼스.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br>
다이-인 퍼포먼스.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

923 기후정의행진에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다음 세대인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노인 등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환경, 종교 등 각계 60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2019년 처음으로 기후 행동을 시작 이후 역대 가장 큰 규모 행진이었다. 그만큼 기후 위기 우려를 많은 시민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날 모인 그리스도인들도 창조 시기를 보내며 함께 행진하며 기도했다. 모든 피조물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모든 생태계가 균형을 되찾아 하느님께 올바른 찬미를 드릴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가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피조물을 사랑으로 돌보며, 생명의 길을 걷는 시대의 표징이 되기를 기도했다. “기후는 모든 이의,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찬미받으소서 23항)이기 때문이다.

923 기후정의행진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br>
923 기후정의행진 모습. (사진 출처 = 가톨릭기후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