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미사를 준비하다 무대 차에서 떨어져 어깨를 다쳤다. 정확히 말하면 어깨뼈가 부러지고 일부는 부서졌다. 전치 16주의 생애 첫 사고. 사고가 있던 날 밤새 통증에 눕지도 못했다. 어머어마한 통증도 통증이지만 내 부주의함에 대한 후회가 더 아프고 아팠다.

수술을 마치고 왼쪽 팔을 못 쓰게 되니 불편함이 몰려왔다. 혼자 옷을 입을 수도, 머리를 감을 수도 없었다. 세수와 양치, 밥 먹기도 한 손으로 하려니 답답하기만 했다.

답답함에 묵주를 들고 병원을 오르내리며 걷고 기도했다. 기도 속에 내 몸의, 다른 지체들의 고마움을 느꼈다. 몸을 다치고서야 뼈저리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임을 깨우쳤다. 그만큼 바쁘게 살았다. 사실 입원 당시 몸의 수치들이 경고하고 있었다. 내게 입원의 시간은 그렇게 피정이 되었다.

퇴원했지만 생각보다 잘 붙지 않는 뼈와 보조기를 차고 출퇴근하는 불편함과 답답함 가운데 멀리 황매산에 사는 서정홍 시인이 문자가 왔다.

"아우님 일하다 다쳤다니?
크게 다친 건 아니지유?
마을 어르신들은 어떤 큰 일이 벌어져도
“아이고 그만하기 다행이네”
이렇게 말해유.
그러니 그만하기 다행이다 여기소서.
아무튼 하루빨리 낫기를 간절히 바랄게유."

문자가 아니라 위로의 시 한 편이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3개 종단 기도회, 천주교 말씀의 전례 모습. ©맹주형<br>
11월,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3개 종단 기도회에서 천주교 말씀 전례 모습. ©맹주형

퇴원 후 다시 광화문 금요기후행동에 나갔다. 보조기를 차고 한 손에 ‘탈석탄’이 적힌 영어, 한글 피켓을 들었다. 피케팅을 마치고 함께 모여 위로와 기도의 연대를 느꼈다. 비오는 저녁 노조법 2, 3조 공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목사님들과 연대하는 3개 종단 기도회에 참석했다. 춥지만 장갑이 있어 다행이었고 옆에 앉은 사람이 바람을 막아주어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비록 어깨는 불편했지만, 멀쩡한 두 다리와 오른팔 등 다른 지체들이 함께하면 되었다.

지나 보니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했던 일들 모두 내 주변 연대의 지체들이 함께 해 주었다. ‘그만하길 다행’이란 말이 위로가 되고, 서로의 몸뚱이가 연대가 되었다. 나무가 나무를 부르듯 연대는 연대를 부른다.

오늘로 '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연재를 마칩니다. 2018년부터 5년간 예수의 행동 기준으로 지금 여기서 사랑과 연대로 함께해 주신 맹주형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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