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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전쟁, "옛날로 돌아가다"[우리는 교회]
  • 탐 로버츠 ( . )
  • 승인 2010.03.31 10:45 | 최종수정 2010.03.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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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뉴욕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 지구에 있는 변모성당에서, 글래디스 로드리게즈(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국 배우―옮긴이)가 미사 중 성체를 나누어주고 있다. (CNS/Gregory A. Shemitz)
지역교회 주교들의 권한 강화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리던 그 당시의 오랜 바람이었다면, 시대는 이를 바꾸어놓았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재임기간 약 25년 동안, 그리고 뒤이은 베네딕토 16세의 재임으로 사정은 사뭇 그 반대가 되었다. 교리와 전례에 관한 총회를 자주 활용했던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특히 각국 주교회의의 기세와 권위를 제한하는 일에 주력했는데, 가장 주요 대상이 된 것은 미국 가톨릭주교회의였다. 기존의 주교회의에서 승인받은 전례문을 거부하는 것은 주교회의의 권위를 축소시키기 위한 주요 기제 중 하나였다.

교황청의 간섭에 대한 미국교회의 저항은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자신의 뜻과 관점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주교들을 계속해서 지명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고 말았다.

그러니 최근 한 교황청 관계자가 "갱신의 갱신"이라고 표현한 바에 대하여, 공의회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들을 열렬히 찬성했던 많은 전례 전문가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분노와 실망감이 쌓였을지는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영어권 가톨릭 국가에 전달된 새로운 번역문은 최근, 전례 시 존경심과 경외감을 되살리려는 목적으로 지어낸 어색한 표현과 비문법적인 구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찍이 1993년, 디커만 신부조차도 "전례 운동에서 우리는 거룩한 것에 대한 신비감을 잃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라틴어 같은 "가식적인 소도구"를 거부하면서도, 공의회 이후 30년간 무소부재하시며 사랑이신 하느님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때로는 "기분 좋기 위한" 종교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쪽 무릎을 꿇거나, 한쪽 무릎을 꿇거나, 상체를 숙여 절하거나, 때로 바닥에 엎드리는 것"과 같은 예절을 되살릴 것을 권했다. 이러한 몸짓들은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작게 만드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염려는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한 전례개혁을 애초부터 반대했던 많은 이들의 의견과 여러 면에서 동일하다. 지금 남은 물음은, 어떻게 하면 공통된 명분을 찾아 “개혁의 개혁”을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수구적 변화 자체도 분열의 원인이지만, 현재 이런 변화를 꾀하는 교황청의 방식이 어쩌면 분열의 더 깊은 원인으로 보이며, 일부에게는 이것이 심지어 공의회에 대한 심각한 배신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

역사가 오맬리 신부는 본질적으로 "권력남용이 일어났을 때,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바를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니라, 남용하고 있는 이들을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교회법 원칙을 언급했다.

그는 나아가, 교황직은 서로 다른 관점들 사이에서 중재의 동력이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전문 전례가들은 배제되었습니다. 전례는 여러분의 연구 분과입니다. 교회 지도부는 연구 분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오맬리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Vatican II: Did Anything Happen?)>에 게재한 글을 통해 공의회가 언어와 목적에 있어서, 특히 주교 단체성과 대화에 주목한 점에 있어서 기존의 교회와 얼마나 크게 달랐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에 닥친 위기 때문에 소집하지 않은 최초의 공의회였다. 또한 파문을 공표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평신도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공의회였다.

인터뷰에 응한 오맬리 신부는 "개혁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방식을 "파벌적" 시도라고 칭했다. "그들은 전례학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으며, 지역 공동체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티칸 공의회가 미사용 성서 구절과 기도문의 번역 작업을 진행할 때 전 세계 영어권 국가 주교들과 전례학 및 성서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30년 넘게 폭넓은 논의 과정을 거친 것과 달리, “개혁의 개혁”은 1997년, 교황청 비공개 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해, 존 L. 앨런 주니어 NCR 기자는 "미사용 성서독서집인 <미사전례 성서> 미국본을 정밀 재검토하기 위해" 11인이 비밀리에 교황청에 모였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가장 논란이 되었던 남성중심적 언어사용의 상당수를 고수함으로써 '포괄적 언어(inclusive languages)'에 대한 6년간의 논쟁을 무시해버리고, 미국 주교들에 의해 승인된 성서 구절들을 개정하는 등 미국 교회에서 성경이 읽히게 될 방식을 결정했다.

그는 "로마의 권력자들은 소수의 인사들을 자의대로 선발해, 몇십 년 동안 이루어진 작업을 불과 2주 만에 되돌려놓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영어권 11개국 주교회의의 공동 프로젝트인 영어전례 국제위원회(ICEL,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으로 교황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영어 번역에 대해 경신성사성에 조언할 권한을 가진 교황청 산하기관 복스 클라라 위원회(Vox Clara Committee)에 의해 사실상 교체되었다.

한편 영어전례 국제위원회는 교황청의 커다란 압력에 따라 법규를 개정하고, 2001년 교황청 훈령인 '진정한 전례(Liturgiam Authenticam)'와 교황청의 뜻에 더욱 부합하는 이들로 인사교체를 감행했다.

지난 1월, 복스 클라라 위원회는 미사 중에 쓰이는 기도문을 담은 《로마 미사 전례서》에 대한 새로운 영어 번역본 작업이 거의 완성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금 예상하는 대로 2011년 대림절부터 이 새 전례서가 사용될 경우, 적어도 전례 전쟁에서 한쪽이 커다란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때로는 극심하게 반목을 거듭해온 두 진영이 하나로 합쳐져 전례가 요청하는 단일성을 보여주는 날이 오는 것일까? 전례학자이자 워싱턴 소재 미국가톨릭대학(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의 명예교수인 메리 콜린스 베네딕도회 수녀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 전체를 관통하는 가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콜린스 수녀는 오늘날 교회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아직 승자와 패자의 대결 구도 안에 있습니다. 교회가 이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우리는 우리가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전했다.(끝)

번역/황근하

[National Catholic Reporter 2010.3.1.  탐 로버츠 (NCR 기자, troberts@ncronli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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