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2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건의로 시작된 ‘산악 관광 활성화 정책’의 연장선에서 남원시는 대규모 산악열차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계획 중인 육모정~고기삼거리~고기댐~정령치(13킬로미터) 구간은 2015년 발표된 산악열차 계획 구간 일부이다. 그리고 남원시는 이 산악열차를 기존 도로를 활용한다는 이유로 생태적 산악열차이고, 이 사업이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도로를 폐쇄하고 궤도로 변경하는 것은 엉터리 경제성 평가로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저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산악열차를 놓는 경로에 있는 고기리 주민들에게 도로는 생명줄과 같기 때문이다.

또 남원시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70퍼센트 이상이 국립공원 구간이다. 국립공원 지정은 자연을 활용 가능한 자원에서, 보전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와 문화, 경관의 보전을 위해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여,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보호지역’이라고 국립공원공단은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 내 개발 사업은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특히 지리산은 1호 국립공원으로 오래전부터 보전의 가치가 큰 공간으로 생각해 왔다. 훼손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아도 부족한 기후위기 시대에 돈벌이를 위해 자연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은 지리산뿐 아니라 모든 국립공원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25일 남원시의회는 남원시가 제출한 ‘시범사업 구간의 벌목을 허가하고 시비 33억 원을 책정해 달라’는 내용의 시범사업 동의안을 의결했다. 남원 지역 시민들이 반대대책위를 통해 오랫동안 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남원시와 의회는 이를 무시하고 통과시킨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종교인들이 지리산 산악열차 정령치~고기리 구간을 순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br>
지난 8월 22일 종교인들이 지리산 산악열차 정령치~고기리 구간을 순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종교환경회의 )

지리산권 주민들은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차리고 보전에 힘써 왔다. 수많은 생명의 터전인 국립공원 지리산의 생태를 보전하는 것이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지키는 일이며, 지리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주민들은 알고 있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산악열차 사업을 위해 훼손해도 괜찮은 곳이 아니다. 더구나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구간 쪼개기와 승차 인원 조정 같은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야 할 만큼 타당성과 적법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면 더더욱 멈춰야 한다. 또 도로를 걷어내고 궤도를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지리산 국립공원의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생존권 위협과 생태계 파괴가 예상된다. 남원시는 그간 나무 한 그루도 베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통과된 계획에는 벌목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지리산 국립공원 산악열차 등 그동안 시민과 종교인들이 막아섰던 난개발 사업 추진이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일은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이자 기후위기 시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국립공원이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생태의 보고로 지리산은 지켜져야 한다. 남원시와 의회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생명 평화의 공간인 지리산을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

지리산 생명평화. (이미지 출처 =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br>
지리산 생명평화. (이미지 출처 =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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