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지지하는 천주교 등 그리스도인 모임 출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이하 평등세상)이 6일 공식 출범했다.

평등세상에는 천주교 단체인 신앙인아카데미,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등을 비롯해 개신교와 성공회 30여 개 단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는 적대가 아닌 환대의 공동체"임을 분명히 하며, 교회와 사회에서 배제된 사회적 소수자들 그리고 연대하는 모든 이와 함께 ‘하느님나라’의 실제인 ‘평등세상’을 일구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별에 저항하는 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난에 동참하며, 모든 이의 존엄과 마땅한 권리가 보장되는 안전한 교회 공동체와 사회를 향하여 계속해서 함께 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6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 모임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출처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 페이스북)

이날 발언자로 나선 평등세상의 공동대표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는 “예수는 허물이나 죄가 아니라 고통을 먼저 봤다”면서 영혼을 구한다는 교회라면 차별과 배제, 폭력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을 온전하고 충만하게 살도록 해야지, 이를 방해하는 것은 교회의 역할이 아니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낸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성명과 올해 생명 주일에 나온 서울대교구 담화문을 언급하며, “어떻게 성소수자를 존중하고, 공감하고 사려 깊게 대하자고 하면서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가톨릭의 원칙은 변하지 않으나 윤리적으로 복잡한 현실 안에서 매우 다양한 경우에 동일한 방식으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언을 숙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례가 있으며, 잘 식별하고 행위하는 능동적 판단과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등세상의 또 다른 공동대표인 임보라 목사(섬동향린교회)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날로 추락하는 이때,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며 날 선 칼을 휘둘러서 사람들을 쓰러트리는 일들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빼고’라면서 차별과 혐오를 종교의 자유로 포장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홍정선 대표(세실리아, 성소수자부모모임) 는 그리스도인이 공식적으로 연대망을 구축하면서 교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등세상은 “한국 교회는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신앙의 명분이 없다. 한국 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선동 조치를 그만두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신앙의 자리, 선교의 자리, 봉사의 자리로 돌아가 차별받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초대하고 환대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임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기에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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