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으로 9명 유죄, 5명이 가톨릭 신자

(잔니 크리벨레르)

우리가 알던 홍콩은 이제 없다. 나는 한동안 이 이야기를 해 왔지만 지난 4월 16일은 가장 슬픈 날 가운데 하나였다. 내 개인적 감정도 그랬다. 지난 2020년 7월 1일 국가보안법이 실행되면서 홍콩에서 자유는 죽었기 때문이다.

16일, 민주화운동 지도자 9명이 불법집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형량은 각기 달랐고 마틴 리(82)처럼 아마도 나이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리척얀, 시드 호, 렁쿽훙이 수감됐고, <빈과일보> 회장인 지미 라이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조슈아 웡과 아녜스 초우는 이미 감옥에 있다.

어떤 이들은 이들이 받은 8-19개월의 형이 더 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요즘처럼 어두운 시대에 최악의 끝은 없다. 아마 아직도 홍콩의 사법계에는 공정 감각이 조금 남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내려진 유죄 선고는 무엇보다 그 자체로 불법적이다. 법에 정해진 최대 형량은 아닐지 몰라도 그것에 담긴 협박의 뜻은 너무나 뚜렷하다. 10달 전만 해도 자유로 유명했던 이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이들은 폭력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2019년 8월 31일에 170만 명이 참여한 시위를 주도했다. 평화 시위였지만 허가는 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국가보안법이 없었다. 이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 거대한 시위를 잘 통제했고 마무리했다. 이들은 시위에서 질서와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들은 무모한 활동가들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이자 수십 년간 공공영역의 주역들이었다. 제일 젊은 사람이 64살이고 제일 나이든 사람이 82살이다. 이들은 홍콩인 대부분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의 이 비극의 교회적 차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9명 가운데 5명이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 신자 5명을 포함한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사회정의에 헌신한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진 출처 = UCANEWS)<br>
가톨릭 신자 5명을 포함한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사회정의에 헌신한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진 출처 = UCANEWS)

홍콩 민주주의의 아버지인 마틴 리는 변호사로서 전직 의원이다. 그는 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을 창당했고, (1997년에 영국 식민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며, 홍콩의 50년간 고도자치와 1국2체제를 보장한) 홍콩의 헌법인 홍콩기본법 작성에 참여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그는 친근한 인물로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성 요셉 성당 아침미사에 매일 참석하며 독서자로 봉사한 신자였다.

지난 수십 년간 그는 홍콩 교구에게 가장 신뢰받는 고문 역할을 해 왔고 때때로 교구의 초청으로 사제, 부제, 평신도들 앞에서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가톨릭의 여러 중요 행사에서 그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서로 마지막으로 말을 나눴던 것은 2019년 3월에 있었던 안테 조지치 당시 홍콩 주재 교황청 대표 이임 행사에서였다.

이번의 유죄판결들은 교회의 심장에 상처를 입혔다. 홍콩의 가톨릭 신자들이 (대 중국 문제와 홍콩 민주화 등을 놓고) 분열되어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나는 홍콩 신자들은 매우 사랑받는 형제인 마틴 리가 자신의 이상을 위하여 고난받아야 하는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나에게 마틴 리는 “착하고, 온유하며, 현명하고, 무죄한 사람, 무엇보다도 참 좋은 친구”(교황 바오로 6세가 자신의 친구인 이탈리아의 알도 모로 전 총리의 장례식에서 한 말)다. (역자 주: 알도 모로(1916-78)는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의 지도자로 총리를 2번 지내며 이탈리아 공산당과 역사적 대타협을 이뤘으나, 퇴임 뒤인 1978년 극좌 테러조직인 ‘붉은 여단’에 납치되어 피살됐다.)

나는 그가 집행유예를 받은 것에 그나마 안도하지만, 그처럼 온유하고 용감한 법과 신앙의 사람이 82살의 나이에 그런 대우를 받는 것에 화가 덜 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가톨릭 신자로서 홍콩의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악법인 이 국가보안법이 도입될 때 시민들에게 이 법은 오직 말썽만 일으키는 선동가들에게만 적용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하는가.

의회 의원이자 노동운동가인 리척얀(64)도 가톨릭과 관계가 깊다. 그는 여러 교황청외방선교회 선교사와 친척 관계이자 아주 친한 친구 사이다. 그의 처인 엘리자베스 탕은 어렸을 적 고아일 때 두 자매와 더불어 아델리오 람베르토니 신부에게 “입양”됐다. 람베르토니 신부는 이탈리아 바레세 출신인데, 그들 부부는 해마다 바레세에 있는 람베르토니 신부의 묘지에서 기도를 드린다. 리척얀은 성공회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가톨릭 신자인 아내, 딸과 함께 동네 가톨릭 성당과 교황청외방선교회관에 다닌다. 엘리자베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동운동가로서, 국제 가사노동자연맹(IFDW) 사무총장이다.

엘리자베스 탕과 리척얀 부부는 온 삶을 그리스도교 신앙을 동기로 사회정의에 헌신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리는 자신이 체포되고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예수님이 체포되고 재판 받은 것을 떠올리며 진실로 고귀한 연설을 하며, 훌륭한 시민적, 종교적 이상을 드러냈다.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광장 학살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많은 사람이 리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홍콩으로 돌아오도록 애썼다. 그는 그때 100만 홍콩 시민의 연대를 대표해 베이징에 가 있었다. 나는 그랬던 그가 바로 이 홍콩에서 감옥에 가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019년 11월 29일 리척얀은 이탈리아 일간지 <탐피>의 초청으로 밀라노에 있는 교황청외방선교회 극장에서 연설했다. 그때 나는 교황청외방선교회의 활동을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그와 같은 자리에 섰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감옥에 있다니 믿기 어렵다. 그가 이번에 받은 형량은 1년인데, 다른 재판 2건이 더 남아 있다.

이번에 투옥된 다른 형제자매들도 복음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이들이다. 이들은 자유를 믿는데, 예수님 자신이 그 자유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유로운 남성과 여성의 존엄을 믿는데, 우리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하느님의 자녀이며 인류 모두를 위한 공동선을 건설하는 주역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입법원 의원인 시드 호(66)는 홍콩의 차터 가든에서 열린 ‘거주의 자유권’ 시위 중에 내게 자신은 젊었을 때 한 교황청외방선교회 사제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그녀는 8개월 형을 받았다.

점잖은 지식인인 마거릿 응(73)도 가톨릭인이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던 그 운명의 날 저녁, 그녀와 마틴 리는 입법원 발코니에서 홍콩인들을 향해 연설했다. 그들은 홍콩의 소헌법인 기본법에 약속된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이번에 그녀는 12개월의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그녀는 선고를 듣기에 앞서 한 고매한 최후 진술을 성 토마스 모어를 인용해 마쳤다.  

“나는 법의 지배에 봉사하며 나이가 들었다. 나는 토마스 모어 경이 법조인의 수호성인임을 안다. 그는 왕의 뜻대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역죄로 재판을 받았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아주 유명하다. 나는 그의 말을 약간 바꿔 따라 하고자 한다. ‘나는 법의 충직한 하인이지만 그보다 인민의 충직한 하인이 됨이 먼저다. 법이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지, 인민이 법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미 라이(72)는 이미 감옥에 수감됐었지만 추가로 14개월형을 받았다. 그는 홍콩에서 제일 인기 많은 <빈과일보>의 창립자로, 성인이 된 뒤 젠제키운 추기경 덕분에 세례를 받았다. (역자 주: 젠제키운 추기경은 홍콩의 전임 주교로서, 민주화 운동을 적극 주도했다.)

이번에 유죄 선고를 받은 다른 지도자들도 우리와 함께 공동선을 위해 운동했다. 용감한 정치인인 앨버트 호(69)는 12개월형을 받았다. 그는 2019년 11월, 밀라노에서 강연하기 위해 떠나기 전날 밤에는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긴 머리’로 알려진 렁쿽훙은 징역 8개월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그는 카리스마가 있고 단호한 지도자로 우리게에 친숙한 인물이며 그의 용기와 굳센 의지를 많은 이가 칭찬한다. 그는 홍콩 길거리에서 수많은 비폭력 시위의 주역으로 활약한 일종의 낭만적 혁명가로, 늘 체 게바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이들은 시민적 대의를 위한 행동 때문에 처벌받았다. 일부는 각자의 직업과 정치 생활에서 자신의 신앙을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처벌받았다. 이들은 우리 시대의 증거자이자 예언자이며, 마땅히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대와 세상은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르면서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 또한 사랑하지 않는다.

(잔니 크리벨레르 신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교황청외방선교회 국제선교신학교 교학처장이다. 중화권에서 27년간 가르쳤으며, 지금도 홍콩 성신신철학원에서 선교신학과 중국 그리스도교사를 가르치고 있다. 이 글에 담긴 관점은 필자의 의견으로, <아시아가톨릭뉴스> 편집진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hong-kongs-freedom-fighters-pay-the-price-of-bravery/92147#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