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거세지자 21일 신문사 입장 내
종부세 프레임에 갇혀 토지공개념 무시

경북대구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이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에 비유한 만평을 실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매일신문>은 1950년 10월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이상택 신부가 사장이다.

<매일신문>이 3월 18일자 ‘매일희평’란에 낸 만평은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으로 군인 3명이 쓰러진 시민을 폭행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군인을 각각 건보료, 재산세, 종부세로 쓰러진 사람을 ‘9억 초과 1주택 보유자’로 표현했다. 또 만평 상단에는 ‘토지공개념’을 '토지독재개념'으로 고쳐 썼다.

만평의 구도, 등장인물, 상황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 찍힌 한 사진자료와 일치한다. 비극적 역사를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씀으로써 5.18 민주화운동과 그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는 점, 종부세 부과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그것이 과연 학살에 비유할 문제인가라는 지점 등으로 만평에 대한 비판이 일어났다. 또 19일에는 <매일신문>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21일 청원자가 2만 2000명을 넘어섰다. 광주지역 민주당 의원들도 해당 만평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3월 18일자 매일신문에 실린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매일희평.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갈무리)
3월 18일자 매일신문에 실린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매일희평.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갈무리)

<매일신문>이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언론사라는 점에서 교회 내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 대전 등 타교구 사제, 신자들은 SNS 등을 통해 <매일신문>과 이를 운영하는 대구대교구의 책임을 강도 높게 물었다.

대구대교구의 한 사제는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고, 해서는 안 될 짓”이라며, “만평을 그린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만평을 내보내도록 승인한 편집국 구성원, 운영자들의 인식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1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매일신문> 만평 작가와 편집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 요구 전혀 동의 안 해
그동안 정부의 정책을 꾸준히 비판한 때문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자 <매일신문>은 21일 저녁 이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매일신문>은 만평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재산세와 종부세 그리고 건보료 인상의 폭력성을 지적한 것으로 갑자기 집값이 급등해 세 부담이 폭증한 현실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수부대의 물리적 폭력에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혹한 세금은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라며 “이날 만평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매일신문>은 이같은 이유를 밝히며, 만평의 작가와 신문 편집자 및 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청원한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광주 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고 그 아픔을 함께하려 한다. 그럼에도 <매일신문>에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일관되게 현 정부에 대해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날 만평이 광주시민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소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변질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어 인터넷에서 내리는 결정을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은 여전히 '종부세 폭탄'이라는 언론 프레임을 그대로 따른 것이며,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집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의 문제를 외면한 결과로 보인다.  

또 이번 만평 문제는 기본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하고 모독한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용적으로 보면, 정부 정책 비판에 치중한 나머지, 교회가 운영하는 언론사가 교회가 가르치는 ‘토지공개념’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는 것도 문제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사유는 인정하지만 그 이용은 공공성에 맞도록 하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헌법 122조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토지공개념은 공공의 이익과 사유재산권 침해 사이에서 오랜 논쟁을 겪어 왔지만, 최근 LH 사태로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교회, 재화의 보편 목적은 공공성 강조
종부세 인상 아닌, 다주택자 비과세가 문제

이같은 토지공개념은 교회의 오랜 가르침이기도 하다.

먼저 "간추린 사회교리"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 대해 “그리스도교 전통은 사유재산권을 절대적이고 침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반대로 창조된 모든 재화를 사용하는 것은 모든 이의 공동 권리라는 넓은 의미에서 항상 이해해 왔다.... 재화의 보편 목적의 원칙은 하느님께서 모든 실재의 완전하고 영원한 주인이심을 천명하고, 창조된 재화는 예정된 대로 언제나 전 인간과 온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언한다"(177항)고 선언한다.

또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 69항은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다.... 그러므로 저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소유하는 외적 사물을 자기 사유물만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하며, 그러한 의식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른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자연환경은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입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을 사유화해도 모든 이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존을 부인하며 우리의 양심을 거스르게 됩니다”(95항)라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과세 기준일을 기준으로 전국 주택과 토지를 유형별로 구분해 인별로 합산, 그 공시가격 합산이 과세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과세되는 세금”이다.  

종부세의 목적은 부동산 보유량/금액에 비례해 세금을 강화함으로써 과세 형평을 도모하고, 부동산 투기 억제, 부동산 가격 안정을 한 것으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현행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 9억 원 초과(1가구 1주택)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특히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며, 생존권, 행복추구권 등 인권과 직결되는 요소인 '집'이 사유재산을 넘어 투기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세금인 것이며, 이는 모든 재화는 공동선의 관점에서 모든 이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과 맞물린다.   

정부가 지난해 7월 ‘7.10부동산 대책’을 새로 발표하면서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특히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중과세율을 조정했다. 인상 비율은 0.1퍼센트에서 최고 2퍼센트다. 인상 세율을 적용해 보면 1주택자의 경우, 서울 강남의 30억 원대 아파트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약 150만-250만 원 사이다. 비슷한 지역, 같은 아파트라도 층수에 따른 시세가 다르거나 주택 보유자의 연령(60살 기준), 보유 기간,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율이 있다. 또 2가구 이상 보유한 경우 부동산 조정지역 여부 등에 따라 세액은 모두 달라진다.

올해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퍼센트 상승했으며,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세종(70.6퍼센트), 경기(23.9퍼센트), 서울(19.1퍼센트)다. 공시가 상승으로 올해 종부세 대상은 약 21만 5200채가 늘어, 모두 52만 4600여 가구, 전체 가구의 약 3.7퍼센트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9억 원 이상 주택이 많아지고, 세율이 올라가면서 종부세 기준가를 12억 또는 15억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민주당은 부동산 가격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백 채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다. 400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합산배제(비과세 대상)가 돼,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매일신문> 입장문 전문 : http://mnews.imaeil.com/Society/2021032120141167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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