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밀실 매각” 규탄
천주교 언론사 소유에 그간 많은 비판.... 신속히 매각 결정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을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지주회사 코리아와이드에 매각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즉각 "밀실 매각"이라고 비판했고, 새로운 대주주인 코리아와이드는 전원 고용승계와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교구,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

<매일신문>은 18일 여운동 신부(<매일신문> 사장) 명의로 쓴 ‘매일신문 매각 관련 독자에게 드리는 말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 신부는 “과거 나라가 힘들어 제대로 된 지역 언론사를 운영할 여력이 없을 때는 교회가 나서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경제발전과 함께 민주화의 큰 성과를 이루었고, 지방 언론도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됐다”면서 “이에 종교단체에서 일반 언론사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글이 올려진 직후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도 교구 홈페이지에 같은 사실을 알렸다.

조환길 대주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론지로서 시-도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 민주화와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면서 “언론의 방향에 대해서 소중한 의견도 주시고, 때로는 잘못과 실수에 대해 질타도 보내셨다. 그 모든 관심과 사랑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2022년 3월 21일자 1면.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2022년 3월 21일자 1면. (이미지 출처 = 매일신문 홈페이지)

노조, 3주 전 관련 소식 접하고 확인 요청했지만 교구는 "사실 무근"이라 거짓말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했어야

이에 대해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매각을 철저하게 조직원과 지역 시민사회의 의중이 배제된 ‘밀실매각’으로 규정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각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까지도 비밀을 유지한 채, 외부 정보를 입수한 내부 조직원들의 동요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거짓말로 일관했다”면서 “비밀에 부쳐진 매각은 극소수의 인물만 참여한 채 이뤄졌고, 다음 날에야 공개적 입장표명도 아닌 실국장 회의를 통해 매각 사실을 전했다”고 비판했다.

한윤조 지부장(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매각 사실을 3월 18일에서야 공식 확인했다. 대구대교구는 매각 사실 발표 전날인 17일 코리아와이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 지부장은 “3주 전부터 관련 소식을 접하고 여러 경로로 확인을 요청했으나 ‘사실 무근이다, 동요하지 마라’면서 거짓말 했다”면서 “17일 저녁 7시에 매각서류가 합의됐고, 그 다음 날 발표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매각”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교구는 뒤늦게 “비밀리에 매각이 진행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면서 “매일신문 250여 명 구성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1천 명에 이르는 이들의 삶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린 것이 어떻게 고작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신문사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매각 명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상식적으로 제대로 된 매각이라면 적어도 조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한 뒤 조직원들의 삶과 신문사의 미래를 담보해 줄 수 있는 모기업을 찾는 것이 적절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한 지부장에 따르면 신임 대주주인 코리아와이드는 18일 면담을 통해, 100퍼센트 고용승계와 처우 개선, 투자를 약속했다.

2021년도(2020년분) 일간신문 115개지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매일신문은 전체에서 8번째 규모다. (자료 출처 = 한국ABC협회)
2021년도(2020년분) 일간신문 115개지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매일신문은 전체에서 8번째 규모다. (자료 출처 = 한국ABC협회)

한편 최성준 신부(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는 “매우 큰 신문사다 보니 매각에 대해 공론화하거나 미리 발표하면 아무래도 추진이 복잡해지고 어려울 수 있어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아마도 내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최 신부는 “천주교회가 신문사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그간 여러 비판이 있었고 이에 교구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교구쇄신위원회도 같은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식으로 매각되더라도 노조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매일신문>을 인수한 코리아와이드는 대구광역시를 연고로 대구, 경북 지역 등에서 운송업체, 터미널, 종합상사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매일신문> 주식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구대교구는 이번 매각에서 코리아와이드에 <매일신문> 지분의 98.9퍼센트를 넘겼다.

조간으로 발행하는 <매일신문>은 대구, 경북 지역 최대 일간지로 그 전신은 1946년 3월 1일 창간된 <남선경제신문>이다. 대구대교구는 1950년 10월 1일 이 신문사를 인수해 <대구 매일신문>으로 발행하다 1960년 <매일신문>으로 제호를 바꿨다. 대구대교구는 올해로 72년째 <매일신문>을 운영해 왔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2021년도(2020년분) 일간신문 115개지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에 따르면 <매일신문> 발행부수는 12만 264부로, 전국 245개 지국을 보유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1955년 자유당 정권 때 학생들을 강제 동원한 정부의 관제 데모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어 테러를 당했고, 1960년 4.19혁명을 촉발한 2.28 대구학생의거 직후 앞장서 시민 성금으로 2.28대구학생기념탑 건립을 주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만평을 싣고, 최근 전두환 씨 49재 때는 극락왕생을 비는 광고를 싣는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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