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굿뉴스 홈페이지 성인 목록 메뉴에서 성인 6431명을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굿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대교구 굿뉴스 홈페이지 성인 목록 메뉴에서 성인 6431명을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굿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어떤 예비신자 분이 세례성사 받을 때 꼭 세례명을 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물어 오셨습니다. 더 정확히는 세례받은 뒤 살아 보다가 나중에 정할 수는 없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현재 주변에 성인들에 관한 정보를 잘 알려줄 신자 분이 없어서 선택이 쉽지 않으신가 봅니다.

"교회법전"에 세례명을 꼭 가지라는 항목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에서 세례명을 정하지 않고 세례받는 것을 허락할 본당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가톨릭이 전파될 때부터, 좀 더 멀리는 아시아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전해질 때부터 이어 온 전통입니다. 그래서 세례받고 나중에 세례명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 세례명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 옆에서 성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례명을 정할 때 적잖은 사람들이 그 성인의 삶보다는 듣기에 유려하거나 흔치 않은 이름을 찾거나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개인에게는 중요한 것일 테지만, 이런 기준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성인들의  삶을 먼저 숙지하고 나서 그 이름의 음운이나 특이함을 찾으시라 권해 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세례라는 사건을 위해 세례명을 선택하는 까닭은, 세례명의 주인공인 성인이 신앙의 모범이기에 그렇습니다. 하느님 백성으로 새로 태어나는 시점에 내가 새롭게 이름을 부여받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성경에서도 어떤 인물이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을 때 이름이 바뀌곤 하지요. 아브람이 아브라함(창세 17,5)이 되고, 사라이가 사라(창세 17,15)가 되고, 야곱이 이스라엘(창세 32,29)이 되고, 시몬이 베드로(마태 16,18)가 되고, 사울이 바오로(사도 13,9)가 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세례명의 성인과 함께 기도하며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비자 교리를 받는 동안 내가 따르고 싶은 성인을 열심히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례명을 선택한다면 나중에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마음이 흔들릴 필요가 없겠습니다. 요즘은 앱으로도 얼마든지 성인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검색엔진 사용도 엄청 편합니다. 

참고로, "세례명을 바꿀 수 있나요?"도 함께 읽어 보시라고 안내해 드립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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