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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거점 넘어 평화 문화 고민의 장”으로제주 강정 평화센터 다시 짓는다

강정평화센터를 다시 짓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사거리에 있던 강정평화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011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려는 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각지에서 온 연대자들의 공간이자, 군사주의와 개발 만능에 저항, 연대했던 중심이었다.

이 센터는 생명평화 운동의 상징이자 역사이면서 올레객 등 강정마을을 찾는 많은 이에게 10년 가까이 쉼터이자 마중물 역할도 했다.

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은 2016년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된 뒤에도 센터를 구심점으로 매일 아침 해군기지 정문 앞 백배기도, 생명평화미사, 인간 띠 잇기 등을 하며 평화운동을 계속해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센터가 있던 부지가 마트 예정지로 팔리면서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마을주민과 활동가들은 강정평화센터 재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꾸려, 대체 부지와 건축 비용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월 기존 평화센터 마지막 날, 북, 장구, 냄비 뚜껑을 치면서 센터에서 시작해 마을 한 바퀴를 도는 사람들. (사진 제공 = 엄문희)

"평화센터는 빼앗긴 구럼비와 같은 곳" 

몇 해 전부터 강정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주민 엄문희 씨(세실리아)는 기존 평화센터가 있던 토지의 사용처가 바뀌어 평화센터가 사라지게 된 것을 두고 “군사기지가 가져온 본격적 난개발 문제가 마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징후”라고 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2015년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여성을 기록’하기 위해 1년 정도 강정마을에 머물 계획으로 이주했다가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제주 난개발과 군사화에 저항하는 시민모임인 ‘도청앞천막촌사람들’의 일원이다.

그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면서 인근 서귀포 강정택지개발지구 개발 사업이 이뤄졌고 대형 신도시가 들어서는 등 지역 환경이 난개발로 인해 망가져 갔다. 최근에는 강정 해군기지 진입도로에 대한 부실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강정마을의 중요 생태축인 강정천도 훼손돼 문제다.

이에 대해 그는 “해군기지는 어느 측면에선 자본의 거대한 카르텔이며 군사주의를 작동시키는 원리가 곳곳에서 난개발의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해군기지 준공 4년을 지나는 강정의 평화운동은 일차적이고 현상적인 군사주의뿐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동원되는 여러 군사주의적 시도에 저항하는 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엄문희 씨는 “우리에게 평화센터는 우리가 박탈당한 구럼비 대신이기도 했다. 구럼비는 단지 크고 아름다운 너럭바위로만 설명될 수 없는 마을의 정신, 문화적 자원이었다”면서 “구럼비의 박탈은 안보논리를 앞세운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의 질문이 13년째 이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정마을 역시 이전에 어떤 한 마을의 이름이었으나, 마을이 깨진 뒤 오히려 우리 모두의 마을이 되었다. 강정평화센터 역시 단순히 운동의 장소적 거점이라기보다 우리가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는 장소로서 빼앗긴 구럼비를 자청하며 평화의 문화를 고민하는 장소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에 따르면, 재건립 예상 비용은 약 35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500만 원은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주민회가 출연하기로 했다.

나머지 3000만 원은 제주 지역 사회적 기업들에 홍보 공간으로 임대(10개 기업의 5년치 임대료 100만 원 선지급), 특별 후원자 20명 섭외(1인당 50만 원),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후원방식)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크라우드 펀딩(http://bitly.kr/t5BL1nfnTXB)에는 약 100여 명이 후원했고, 목표 금액의 70퍼센트를 채운 상태다. 공동설립자로 참여하는 모든 이의 이름은 센터 내부에 대형 현수막으로 게시된다.

재건립 부지는 강정마을 주민 소유지로 임대 계약이 완료됐고, 농가주택 형식인 비닐하우스로 지을 새 센터는 오는 10월 중에 문을 열 계획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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