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미지 출처 = Pixabay)

영혼을 상상한다면

- 닐숨 박춘식

 

 

어떤 이가 열심한 신자에게

“당신의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시편 42.4) 물으면

성당에, 아니지

성당에도 저희 집에도 계시지요

아니 아니 그보다, 저의 마음 안에 계십니다

 

마음에 계신 하느님과 어떻게 지내느냐고 또 묻는다면

기도하며 그냥 그냥 지내요, 말하기가 어리둥절합니다

수십 년 동안 신앙인으로 살아온 자기 모습이

매미껍질처럼 시답잖게 보입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6월 1일 월요일)

 

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몸과 영혼이 붙어 하나의 인간으로 살도록 창조된 사람의 신앙생활은, 영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진리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영혼에 대한 인식이나 영혼의 실체 등을 탐구하거나 설명하는 내용들이 추상적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은 비물질이니까 그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영혼에 가장 알맞은 가시적인 어느 물질을 비유하는 일도 없습니다. 있다면, 소금 또는 불빛, 숨결, 투명한 어떤 실체, 삶의 생기, 하느님과 일치, 하느님과 소통,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존재, 하느님을 갈망하는 에너지, 영생의 향하는 기운, 육체를 조종하는 힘, 죽지 않는 존재 등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표현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자기 영혼의 모습을 멋있게 표현하면 신앙에 도움이 되리라 여깁니다. (참고로, 저는 심장 안에 항상 있는 ‘방울토마토 만한 천상의 빛’으로 제 영혼을 상상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