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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를 세운 까닭[기도하는 시 - 박춘식]
성체. (이미지 출처 = Pixabay)

성체성사를 세운 까닭

- 닐숨 박춘식

 

 

서로에게 서로가 맛있는 빵이 되어

하느님 안에서 즐겨 먹고 기쁘게 먹히라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는데, 그런데

먹고 또 먹는 이들의 퉁퉁한 그림자 뒤에는

먹히기만 하는 사람들이 꼬물거린다면

성체는 가장 슬픈 빵조각으로 눈물 흘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6월 15일 월요일)

 

령시를 짓는 저는 남보다 죄가 많은 사람이어서,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하느님으로서도 그 이상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다는 감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작정 짓눌립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시를 한 주간 내내 준비하다가 원고 발송 하루 전에 ‘성체 성혈 대축일’이라는 주일 달력을 보고 준비한 원고를 덮고 감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적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은 먹이사슬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당기는 인력으로 하나가 되는데, 눈 감고 보면 은하수가 성체이고 북두칠성이 감실등입니다. 사람을 만나, 먼저 절하는 사람이 빵이 됩니다. 절 받는 사람은 절하는 사람을 먹습니다. 그다음, 절 받은 사람은 고개를 더 숙여 옆 사람에게 절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체성사의 신비인데 깊이깊이 묵상하면 절 받는 사람보다 절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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