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 진상규명위, “정부의 몫이자 의무”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와 ‘KAL858기 가족회’가 1987년 실종된 해역에서 최근 발견된 KAL858기 추정 동체를 즉각 인양, 조사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30일 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L858기 추정동체 즉각 인양, 조사를 촉구하며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청원서를 접수했다.

이날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대표 김정대 신부(예수회)는 “진상규명의 방향은 KAL858기 동체 수색이지만 이는 전문성과 많은 비용이 필요해 가족회는 민간 수색단을 꾸리기보다는 정부가 수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가 미얀마 안다만해역에서 KAL858기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를 찾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촬영된 물체가 KAL858기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진상규명위는 이 보도가 진상규명에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32년 동안 동체 수색과 피해자의 유골과 유품을 찾기를 외면했고, 가족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지 않았다”며 “이번에 발견된 비행기 잔해가 KAL858기 동체인지를 정부가 확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대표 김정대 신부(예수회). ⓒ김수나 기자

이날 진상규명위 채희준 변호사는 그간 진행된 정부의 수색, 조사 활동의 문제를 짚었다. 그는 사건 직후 정부는 비행기가 사라진 미얀마가 아닌 태국에 조사단을 보낸 채 사건 현장을 조사하지 않았고, 블랙박스 신호 탐지도 전혀 시도하지 않은 점, 객관적 근거 없이 북한의 폭탄 테러라고 단정한 점을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국정원은 2005년 7-8월 진행한 현지조사에서 수색은 하지 않고 현지인의 소문을 듣는 것이 전부였고, 2006년 국정원 진실위(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현지조사 때도 최첨단 장비와 전문인력 7명이 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문화방송은 전문가 단 2명을 섭외해 고깃배를 타고 추정 동체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기획되고 제작되는 과정에서 가족회가 배제된 것은 단독보도를 위한 보안 때문인지 또 다른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많이 아쉽다”며 “이제 추정 동체를 인양하고 조사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KAL858기 가족회 임옥순 회장. ⓒ김수나 기자

이날 가족회 임옥순 회장은 추정 동체의 조속한 인양, 조사를 촉구하고, 방송과 종교계 등이 진행하는 진상조사 활동에서 가족회의 의견을 배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임 회장은 “33년 동안 안다만해역에 수장돼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도는 영령을 생각하면 남편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러워, 또다시 문재인 정부에 눈물로 호소한다. 하루빨리 유해를 수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며 “이는 가족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해 줘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진상조사를 도와준 신성국 신부는 작년 6월 가족회가 반대하는 민간수색단을 꾸려 우리 가족회를 배제하고 독자적 활동을 시작했고, 가족회와 결별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은 채 각종 후원회를 만들어 모금을 하고 있다”며 “가족이 반대하는 민간수색을 가족들을 버리면서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믿고 무조건 따랐던 신성국 신부에게 우리 가족회는 내쳐졌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신성국 신부는 민간수색단을 만들어 직접 수색하겠다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 남의 나라 바다를 수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정확한 좌표도 모른 채 수색하다 실패하면 다신 기회가 없다. 우린 모험할 수 없어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고 정부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초 <대구MBC>가 KAL858기 동체 추정 잔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했다면서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가족들은 이번에도 배제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서운했다. 또 잠수부가 직접 들어가 잔해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KAL858기 실종자 최만구 씨의 부인 연제원 씨는 “자국민 115명의 생사 확인도 못하고 억울한 세월을 살아왔다. 이번에 동체(추정)가 발견됐는데도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연로하시고, 돌아가신 분도 많아 가족회에 나오는 이들도 적다. 정부가 나서 하루속히 유해를 찾아 영혼들의 한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KAL858기 추정동체 즉각 인양,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가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접수됐다. ⓒ김수나 기자

이날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KAL858기 추정 동체를 인양, 조사하는 것은 “사건 발생 만 32년이 지나도록 유품 한 조각 받아 보지 못한 가족을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며, 사건의 실체와 진상은 김현희의 진술이 아니라 KAL858기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KAL858기 추정 동체가 발견된 곳이 미얀마의 주권이 미치는 해역이라 동체 인양 조사에서 미얀마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닌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KAL858기 추정 동체를 인양, 조사하는 과정에 KAL858기 가족회와 가족회가 추천하는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소속 위원의 참여를 적극적이고 최대한 보장”하라며 “이는 조사결과 추정동체가 KAL858기가 아닐 경우 그 진실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는 KAL858기로 추정되는 비행기 잔해를 미얀마 안다만해역 바닷속에서 찾았다고 보도했다.

추정 근거로 동체의 발견 위치가 당시 KAL858기 항로와 가깝고, KAL858기 실종 보름 뒤 구명보트가 발견된 곳에서 8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점, 발견된 동체의 왼쪽 날개 엔진 외형이 KAL858기와 같은 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기록상 제2차 세계대전 뒤 안다만해역에서 추락한 여객기로는 KAL858기가 유일한 점 등을 들었다. 

이날 KAL858기 가족회는 정부에 추정 동체의 조속한 인양, 조사를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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