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터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평화를 바라는 성탄미사'

“가난한 자리에 빛으로 오신 주님, 인간다움이 상실된 세상에서 부품처럼 편의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자들, 차별과 모욕, 착취, 병과 죽음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을 위로하시고, 노동자의 생명을 중시하고 노동을 존엄하게 여기는 세상이 되도록 지켜주소서.”

노동자들을 위한 성탄 미사가 봉헌됐다.

12월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봉헌된 ‘일터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평화를 바라는 성탄 대축일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김용균 씨, 문중원 씨, 11월 말 세상을 떠난 인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삼성 해고자 김용희 씨,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해고자....

강론을 맡은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는 일터에서 죽어 가거나 내쫓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하루 5.6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그들은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며, 노동경시 문화와 차별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우리 모두는 노동자이며, 사제인 나 역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국민 한 사람으로 그런 상황에 무관심했던 것, 그리고 성직자로서 세상과 교회를 잇는 다리여야 함에도 오히려 ‘벽’이 됐다”고 성찰했다.

그는 “참회하고 쇄신하며 도움의 손을 주변으로 내밀 때, 우리는 세상에서 벽이 아닌 다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성탄의 기쁨은 고여 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퍼져야 한다. 우리를 통해 모든 이에게 전달되고, 말만이 아니라 스스로 힘을 내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일터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성탄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현재 서울에서도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조원들도 참석했다.

도명화 지부장은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 싸움은 적어도 다시는 무지로 인해 비정규직의 삶을 살 수 없다며 해고를 감수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도 지부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됐고, 자회사로 내몰렸지만, 그 책임자인 이강래 사장은 사표를 내고 총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 모두는 결국 정부가 방조하고 협조한 결과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노동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7월 해고 당시보다 현재가 훨씬 힘들고 춥지만, 내년 12월에는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싸울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용희 씨와 함께 싸우고 있는 이재용 씨도 발언을 이어 갔다. 이재용 씨 역시 삼성에서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 해고됐다. 또 25일은 김용희 씨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2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재용 씨는 “200일이 되기 전에 김용희 씨를 땅으로 내려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은 내려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김용희 씨는 앞으로 100일, 200일이 더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씨가 고공에서 55일 단식을 하기도 했지만 복식마저 고공에서 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건강이 많이 상한 상태라고 설명하며, “많은 이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또한 연대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해고자 등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