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가톨릭 기후행동 방향에 대한 제언

"그리스도인들이여,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십시오."(성 대 레오, "가톨릭교회 교리서" 1691항)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 첫 항에 나오는 대 레오 교황의 이 말씀은 가톨릭 실천윤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의 대 사회적 가르침인 사회교리 내용이 많이 포함된 교리서 3편 여는 글이 이 말씀으로 시작된다.

지난 11월 19일 가톨릭회관에서는 다양한 교회 구성원들이 모여 전 지구적 비상사태와도 같은 '기후위기' 앞에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열린 토론회가 있었다. 이미 9월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조직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일정과 함께한 가톨릭 기후행동 준비위는 9월 5일과 21일 두 차례 미사를 봉헌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진바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가톨릭 기후행동이 조직의 틀을 갖추지 않아 위기 의식을 가진 교회 구성원들 간의 집담회를 통해 머리를 맞대며 그 길을 모색하고자 모인 것이다.

많은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지구 온도 1.5도의 긴박함을 호소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불평등 구조들이 드러내고, 또한 외세로부터의 안보 차원을 넘어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모든 상황들이 안보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비상사태인 것이다. 

토론회가 있던 이날 전례(2마카 6,18-31; 루카 19,1-10) 안에서 비교되는 두 인물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보고자 한다.

복음의 자캐오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진리의 말씀을 알아보고 그분을 따르기 위한 '열망과 열정'으로 믿음의 행위를 다하였다. 마카베오기의 엘아자르는 강요된 이교 풍습에 맞서 '고귀한 정신과 숭고함'으로 신앙을 지켰다. 어쩌면 드러나는 행위에서는 비록 다른 모습이지만 두 인물을 통해 대 레오 교황이 말한 그리스도인의 실천윤리에 담긴 인간의 품위를 묵상할 수 있다. 기후위기라는 긴박한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창조 때의 온전함을 회복하기 위한 '열망과 열정',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불의한 구조에 저항하는 '고귀한 정신과 숭고함'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지난 11월 19일 가톨릭회관에서 여러 사람들이 '기후위기' 앞에 가톨릭교회가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맹주형

또 얼마 전 폐막한 아마존 시노드에서도 그 모범을 배우고자 한다. 지구의 허파와도 같은 아마존이 불타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로 훼손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 앞에 현대 교부들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길을 모색하였다. 앞서 아마존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피조물들의 무언의 호소에 귀 기울인 교종 프란치스코는 사상 처음으로 그 지역 이름이 명시된 시노드 개최를 주교들에게 권고하였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교회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미 제안된 개별적 해결책보다는 시노드의 여정에서 규명한 진단으로 문화적, 사회적, 생태적, 사목적 차원의 회심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아마존 우림과 함께 많은 사람의 상황의 변화를 말한다. 즉, 문화적 회심은 상대방(차이)에 대한 존중, 생태적 회심으로 인간 스스로의 절제와 산업에 있어 탈성장, 사목적 회심으로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회심은 공동합의성에 바탕을 둔다. '공동합의성'(시노드 여정)은 초대교회 예루살렘 사도회의 때부터 이어지는 좋은 전통이다. 하지만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교회 역사 안에서 보다 쇄신된 공동합의성을 향한 회심을 위해 교회문화 안에 남아 있는 몇 가지 패러다임의 극복을 요구하는데 그런 패러다임이 친교의 교회론으로 쇄신된 교회 이해를 표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에서 최근에 편찬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synodalitas)에서 그러한 패러다임의 예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즉, '사명의 책임이 목자들의 직무에만 집중되는 것, 봉헌 생활과 카리스마적 은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것, 평신도 특히, 여성 평신도들이 그 권한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특수하고 유능한 기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다. 교종은 시노드 여정 속에서 체험한 것들을 “우리는 함께 걷고, 식별하고, 경청하고, 오늘날 풍부하게 남아 있는 교회 전통과 협력하는 것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정리하였다. 또한 "성령의 영감을 통해 역사를 다스리시는 주님께서는 하느님 백성을 인도하고 계시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영원하신 아버지의 품 안에서 완전한 친교를 이루며 살아갈 마지막 악장(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동행해 주실 것이다"라고 하였다.

지구적 절박한 상황에서 기존 교회조직과 별개로 새롭게 시도되는 '가톨릭 기후행동'의 향후 모습, 조직과 활동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크다. 새롭게 조직될 가톨릭 기후행동은 교회의 좋은 전통에 따라 다양한 교회 구성원들로 구성되어 더욱 쇄신된 공동합의체로서 제도교회에 영감을 주며, 현장성과 실천력을 함께 갖춘 신앙공동체로서의 운동조직이길 바란다. 조직구성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린 소통 공간에서 풍성한 토론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의지를 다지는 점진적 과정에서 그동안 교회 역사에서 주체적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여성들과 기후위기로 큰 빚을 지게 될 미래세대 청년, 청소년들이 이 조직에 주축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공동의 집인 지구의 절박한 상황을 모성적 시각으로 예리하게 직시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창조적 전망으로 사회와 연대하고 교회 구성원들이 성령 안에서 서로 희망하며 우리의 모두의 집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11월 19일 가톨릭회관에서 '기후위기' 앞에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 ⓒ맹주형

임미정 수녀(살루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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