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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와 처벌의 간극 속에 갇힌 ‘사람’의 존엄[광기와 삶 - 송승연] 격리.강박과 인권의 딜레마에 대하여

사건 1. 일본에서 초등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뉴질랜드인 켈리 세비지(Kelly Savage, 27)는 우울증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에 2017년 5월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입원 이후 켈리는 10일간 격리․강박을 경험하였고,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가족이 심장전문의에게 사망원인을 문의한 결과, 장기간의 움직임 제한으로 인한 혈전 형성이 원인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건 2. 2016년 4월 한국의 20대 남성인 이준호(가명) 씨는 알코올의존증으로 영등포 소재 A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러나 입원 이후 35시간 동안 격리실에서 강박된 뒤 폐색전증으로 사망하였다. 추후 강박일지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는 준호 씨가 사망하기 전 8일간 총 78시간 30분 강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에 의하면 격리(Seclusion)는 “입원 환자치료의 일환으로 환자가 응급상황(자․타해 또는 심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 또는 임상적인 상태의 조절을 위하여 제한된 공간에서 일정시간 동안 행동을 제한하는 것”을 말하며, 강박(Restraint)은 “손목이나 발목을 강박대(끈 또는 가죽 등)로 고정시켜 환자의 신체운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처럼 격리․강박은 ‘치료’ 목적하에 시행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극소수일지라도 누군가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격리․강박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 ‘폐색전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유사하다. 좁고 불편한 이코노미석에서 오랜 기간 비행 후 하차하기 위해 일어섰을 때 머리가 핑 돌아서 잠시 어지러움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격리․강박으로 인해 오랜 기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몸을 움직였을 때 심부정맥의 혈전이 이동하여 폐혈관을 막게 되고, 이것이 폐색전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격리․강박과 같은 강제적 관행은 정신건강 영역에서 매우 흔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제입원으로 입원한 환자의 3분의 1 이상(38퍼센트)은 입원 뒤 4주 이내에 격리․강박과 같은 추가적인 강제 조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Raboch et al., 2010) 그렇지만 현재 격리․강박의 명확한 실태는 파악하기 어렵다. 가령 사건 2의 준호 씨 사망건의 경우 2016년 7월 23일 <SBS>에서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아무도 모른다 정신병원의 비밀 편)가 아니었으면 쉽사리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내부고발자의 영상 제보(35시간 전부 녹화되어 있는 CCTV)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가족도 준호 씨가 어떻게 사망하였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도착했을 땐, 준호 씨가 이미 숨을 거둔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망 진단서는 정신병원에서 끊어 주었지만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어, 명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영상에서는 나타난다.

일본은 지난 10년 동안 격리․강박의 사용이 2배로 늘었고,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환자 10명이 격리․강박 과정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RNZ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그렇다면 격리․강박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거나, 환자 안전을 개선하거나, 더 나은 사회적 결과를 가져다 줄까?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강제적 관행들에 대해 당사자들은 정당하거나 이익이 된다고 느끼지 않으며, 이 경험들을 매우 고통스럽고 심지어 트라우마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정신의료 영역에서 지속적이고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격리․강박의 사용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체계적으로 무시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지적도 있다.(Turnpenny et al., 2018)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당사자들의 경험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격리․강박을 치료 혹은 보호조치가 아닌 행동을 통제하는 ‘징벌적 조치’로 인식하기도 하였으며, 과도한 강제력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로 대우받는 것과 같이 느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Mayers et al., 2010)

격리․강박을 둘러싸고 있는 ‘치료’와 ‘처벌’의 간극.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는 보다 구조적인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보건복지부 격리․강박 지침에 따르면 ‘1시간마다 Vital sign(호흡, 혈압, 맥박 등)을 점검하고, 최소 2시간마다 팔다리를 움직여 주어야 하며, 수시로 혈액순환, 심한 발한(땀흘림)을 확인하여 자세변동을 시행하며, 대소변을 보게 하고, 적절하게 음료수를 공급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비대한 정신병원 환자 수에 비해 직원 수가 매우 낮다면 이러한 지침은 적절히 수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사건 1의 켈리의 죽음 이후 가족들은 야마토 병원을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그들은 이러한 비극적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본 내 과도한 격리․강박을 종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Death Bed: The story of Kelly Savage’를 제작하였다. 다큐를 보면 일본에서도 격리․강박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격리․강박의 사용은 2배로 늘었고,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환자 10명이 격리․강박 과정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 (또한 영상에서는 격리강박 횟수 증가가 병상수 증가, 장기입원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언급한다.) 일본 또한 90퍼센트 이상이 민간병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환자 격리․강박의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인적 자원과 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심각한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부적절하게 격리시키고 강박할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열악한 구조적 환경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돌리게 만들고, 통제․감금․처벌로 서로를 인식하게 하는 원인일 수 있다.

미국의 당사자 전국조직 중 하나인 전미임파워먼트센터 공동설립자 다니엘 피셔(Daniel Fisher)는 정신과의사이자, 3번의 정신과 입원을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 글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20대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독방에 갇힌 것’은 ‘치료적 격리’로 불렸다. 강박된 뒤 ‘강제로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약물 주사’를 맞았고, 이는 나에 대한 ‘치료적 계획’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고문의 분노는 영혼의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치료를 위한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영혼의 깊은 상처’이자 ‘고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간극 속에서 ‘사람’의 존엄은 어느새 사라진다. 우리는 이제 응급상황에서 강제적 관행, 격리 또는 강박 등을 사용하기 전에 대안적 접근법을 강구하여 우선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격리․강박의 사용이 필요하더라도 면밀히 감시되어야 하며, 최소한의 방법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영혼의 치유’를 위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는 당사자의 표출된 욕구에 민감해야 하며, 가능한 경우 이용자와 격리강박 개입의 선택권을 논의하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임상적 관행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 Death Bed: The story of Kelly Savage 유튜브 주소: https://youtu.be/Dhcs6j88Zf4

송승연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적 운동세력으로 확장되어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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