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가톨릭 교회의 장례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빙장(promession, 氷葬)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매장이나 화장만 알고 있는 제게는 관심 밖의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장례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빙장은 21세기에 들어 개발된 최첨단 장례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의 몇몇 나라는 친환경 장례라 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립에 거부감이 많은 화장장을 대신하여 빙장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빙장은 시신을 액체 질소에 냉동시킨 뒤 동결 건조하는 장례방식이라고 하니 확실히 첨단의 장례방식인 듯합니다. 시신을 액체 질소에 넣어 냉동하면 세포가 깨져 나중에는 가루가 되어 버리고, 이 가루를 자연분해가 되는 함에 넣어 흙 밑에 안장하면 시신의 유기물이 비료가 된다고 합니다. 화장을 하여 남은 유해를 나무 밑에 묻는 수목장과 과정은 다르지만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빙장은 시신을 액체 질소로 냉동한 다음 동결 건조하는 장례방식이다. (이미지 출처 = News Direct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다양한 방식의 장례에 대해 가톨릭 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유추해 보시려면, 2017년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가 승인한 '산골(散骨)에 관한 질의응답'(가톨릭출판사)이라는 리플릿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산골은 화장 뒤 유해를 흩뿌리는 행위입니다. 드라마 같은 데에서 보면 산 위에 올라가 바람에 유해를 날려 보내거나 강에 흘려보내는 장면이 멋드러져 보입니다. 

그러나 '산골에 관한 질의응답'을 간단 정리해 드리면, 가톨릭 교회는 원칙적으로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할 것을 요청합니다. 따라서 매장을 권장하며, 화장인 경우에는 화장 뒤 유골을 묘지나 납골당 같이 정해진 거룩한 장소에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허락합니다. 따라서 유골을 흩뿌리는 산골은 가톨릭교회가 금지하는 장례방식입니다. 더불어 남은 유골을 집에 보관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 몇몇 국가에서 장례방법으로 이미 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엔 추진되고 있는 빙장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요? 산골 방식이 아니라 유해를 특정 장소에 보존하는 걸 전제로 하고 그 위치를 비석 등을 통해 표시하여 가족과 친지들이 죽은 이를 기념할 수 있다면 허용하지 않을까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해도 한 가지 대전제가 있습니다. 매장을 권장하는 교회의 입장에 대해 다른 방식의 장례방법을 채택하는 이유가 그리스도교의 핵심 신앙인 부활 신앙에 반대하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부활신앙을 거부하면서 교회에 장례예식을 요청한다면 교회는 당연히 그 요청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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