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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약자혐오라는 인식이 새 하늘 새 땅 여는 길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심포지엄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이 10월 5일 “여성의 생명, 여성의 존엄”을 주제로 2019년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방영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이은주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종국 목사(기둥교회)가 맡았으며, 각각 “요한묵시록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 비판”, “낙태 논쟁을 둘러싼 생명권 담론 고찰”, “천주교의 여성, 여성성을 바라보는 한 목사의 시선”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방영미 연구위원은 요한묵시록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친 영향과 이를 극복할 방향을 제시하고, 요한묵시록 가운데 여성이 주인공인 12장과 17장에서 각각 아이를 낳은 여인과 바빌론 대탕녀로 드러나는 모습에 주목했다.

방영미 연구원은 이를 두고, 아이를 낳은 성녀와 탕녀인 악녀로 양분된 기존 여성상에 정확히 일치하며, 두 여성상이 지닌 상징의 문화적, 역사적 단층을 해석하는 것이 오늘날의 여성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라면서, 역사적으로 특수한 문헌이 인류적 보편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남성에 의해 창조된 여성 이미지가 어떻게 굳어지고 진화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 연구위원은 여성을 처녀, 창녀, 어머니로 보는 상징들은 모두 1세기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반영하며, 이렇게 정형화된 여성은 요한의 시대에서 현재까지 진정한 여성성을 온전히 그려내지 못하게 하며, 처녀와 창녀, 순결과 순종 대 타락과 악의 대립이라고 그리스도교 관념적으로 조작된 여성 이미지는 교부들에 의해 더욱 정교해졌다고 설명했다.

요한묵시록에서 여성을 양분화하는 기준은 순결함과 함께 출산의 여부다. 12장에서 아들을 낳은 여인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19장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천한 신부’는 조연으로 등장하고, 두 여성은 모두 긍정적 여성상을 드러내지만, 보다 비중있는 인물은 아이를 낳은 ‘여인’이며, 그 차이는 출산 여부다. 방영미 연구위원은 이처럼 요한묵시록에서 성스러운 여성이란 아내와 어머니라는 가정 내 역할에 규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한묵시록이 66년 예루살렘 전쟁 뒤인 90년 경 쓰여진 전후문학이라는 점이 묵시록의 여성관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면서, “증오와 적개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대적자가 여성인 대탕녀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오히려 가부장제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바빌론이라는 초강대국 제국주의 상징과 동급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에 따른 원한감정의 대상이 강대국에 의해 침탈당한 직접적 희생자인 여성들이라는 점을 드러낸다며, 여성에 대한 적대감은 외부의 적에서 내부의 적으로 심화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여성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보다 내밀하고 정치적인 체화시킨다고 말했다.

방미영 연구위원은 성녀와 창녀 모두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의 모습으로 남성에 의해 기록, 편집되고 교회에서도 역시 남성에 의해 해석되고 전파됐다며, 허구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현실의 여성을 억압하는 데 일조했고 현재도 그 근거가 되고 있는 만큼, 교회는 여성들과의 화해를 시대적 요청으로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에 이르는 여성 혐오의 근간에 성경과 교회의 재생산이 있었으며, 여성 혐오의 핵심은 여성이 아니라 ‘혐오’에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혐오의 근원적 대상이 여성이 아니라 약자이며, 그간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었기에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과 남성, 사제와 신자의 관계가 수직적 높고 낮음이 아닌 수평적 역할의 구분임을 명확히 공유하지 않으면, 교세가 기울어 여성들의 헌신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여성 사제직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항상 혐오할 만한 대상을 만들어 온 인류의 악습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인식 지평으로 나아가는 것이 묵시록이 열어 놓은 새 하늘, 새 땅”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참가자들이 토론을 열어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나눴다. 이들은 특히 교회가 교회 안팎 여성들의 삶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현진 기자

두 번째 발제에서 이은주 책임연구원은 낙태 논쟁을 둘러싼 생명권 담론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이 충분히 존중되었는지 다시 묻고, 여성의 생명권에 대한 사회적, 법적 가치를 들여다봤다.

이 연구원은 낙태 논쟁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호가 주요 논제가 되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핵심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호였지만, 사실 이분법적 논쟁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즉 삶의 질 문제 모두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여성의 사회적 생명을 보호하는 구조, 사회적 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해, “헌재 판결문의 (낙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사적 영역만이 아니라 어떤 요인들로 인해 태아의 생명권보다 가치 우위를 갖게 된 것으로, 어느 상황에서나 동일한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더 깊은 탐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의에는 성적 자율권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야 하며, 성적 자율권을 설명하는 여성의 몸, 성, 임신이 낙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태아의 생물학적 생명이 중요한 것처럼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낙태 문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연구원은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에 대해, 사회적 생명은 생물학적 생명이 유지되는 장인 사회에서 영위하는 실질적 생명으로 사회적 생명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생물학적 생명도 그 가치를 온전히 보존할 수 없으며 그 대표적 예가, 자살, 안락사 등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을 구성하는 요인은 헌법의 기본권에 근거한 자유권, 행복권, 인간존엄권 등으로, 이 가운데 기본권으로서 자기결정권은 타인에게 주는 관계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문화, 환경적 요인을 포함하므로, 온전한 자유의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제한된 한계성을 지닌다고도 부연했다.

또 자기 몸에 대한 자유권 역시 자기 존엄, 행복추구권과 연결되어 낙태문제에 관계 자유권이 박탈된다면, 여성은 (사회적으로) 생식역할자로 전락할 수 있으며, 타인에 의한 강요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은 일종의 ‘학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생명에 대한 논의에서 부족했던 것은 여성의 사회적 생명권의 가치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필요성이며, 낙태 논쟁의 핵심인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사회생명권은 모두 여성의 재생산 역할과 권리 안에 있는 것이며 이분법적으로 나눠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태법의 한계를 태아가 출생한 이후의 삶의 질에 대한 대책으로 확대해야 하며,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출산 이후에는 더욱 밀착되어 있다는 연결성은 고려한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5일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이 "여성의 생명, 여성의 존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현진 기자

마지막으로 이종국 목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서한 “여성의 존엄”에 대해 개신교 목사로서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를 통해 여성을 바라보는 가톨릭 교회의 관점을 말했다.

“여성의 존엄”은 1988년 8월 15일 발표된 서한으로 하느님의 모상인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보내는, 현대의 여성성 안에서 새롭게 발견한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서한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서한에서, “이 시대가 여성들의 공헌을 기다리고 있음을 말하고, 또한 여성들에게 (인류와 하느님 사이를 연결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전통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하며, 마리아의 이름으로 존엄한 여성의 전통을 회복하자”고 호소한다.

이 서한은 마리아의 이름으로 현대 여성들의 존엄을 다시 일깨우고 교회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복음을 사는 데 여성들이 그 역할을 하도록 요청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종국 목사는 성모 마리아가 하느님 육화의 과정에서 동정으로 잉태하고 성자를 낳음으로서 비로소 의미를 갖지만, 성모 마리아는 통합적으로 온전한 한 여성, 여성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켄 윌버의 통합 모델에 비춰, 동정성은 그의 전부가 아니라 내적 의도라는 한 면으로 드러난 것으로,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와 같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마리아의 실제함, 하느님나라의 사랑과 공의(정의)는 마리아의 모성과 모체로 대응해 볼 수 있다며, 성모마리아의 존재는 예수의 메시아적 소명 즉, 공의의 통치와 사랑의 실천, 고통에 공감하고 또 저항하며 희생하는 모습과 통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이어진 토론에서 주제 발표와 관련된 각자의 생각과 체험을 나눴다.

한 참가자는 낙태 반대 운동과 관련해, 교회가 서명운동 등을 할 때, 신자들에게 먼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아쉽지만, 나 역시도 교회의 일원으로서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우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사목자들이 변화하는 사회을 알고 대응하는 것이 너무 더디다면서 더 많이 연구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가톨릭교회가 헌재 판결 이후 낙태법 개정안에 대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교회 구성원들에게 알려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고, 힘이 없어서 여성들 스스로 말문을 닫아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사목자들 역시 교회 안팎 여성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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